당신에겐 즐거운 ‘한 개비’ 당신 아이에겐 치명적 ‘한 방’

정보위원회 0 6532
간접흡연 폐암으로 투병 중이던 중견 탤런트 여운계(69)씨가 숨졌다. 계속된 치료에도 결국 운명을 달리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폐암은 꼭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만 생기는 병이 아니다. 특히 여성 폐암 환자는 20.3%만 흡연 경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대한폐암학회, 2007년 65개 병원에서 치료 중인 폐암 환자 8788명 조사). 폐암은 2차·3차 간접 흡연자에게도 생길 수 있다. 게다가 국내에선 흡연이 주원인인 편평상피세포암(폐암의 일종. 폐 중심부에 잘 생긴다)이 줄어드는 반면 비흡연자에게 잦은 폐암으로 알려진 선암(폐의 주변부에서 잘 발생)은 증가 추세다.

흡연자 옷·머리카락에 유해물질 고스란히

흡연으로 인한 건강상 피해는 1차·2차·3차 흡연자 모두에게 돌아간다. 1차 흡연자는 직접 담배를 피우는 사람, 2차 흡연자는 흡연자의 옆에 있어 간접적으로 담배 연기를 마시는 사람이다. 최근 새롭게 부각된 3차 흡연자는 흡연자의 옷·머리카락·피부나 흡연 장소에 남아 있는 담배의 유해성분을 접하게 되는 불특정 다수다. 특히 젊은 흡연 아빠를 둔 아기가 희생자가 되기 쉽다.

국내에선 간접 흡연 노출률이 직장에선 37.4%, 가정에선 14.6%로 조사됐다(2007년 국민건강영양조사).

한양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상헌 교수는 “간접 흡연으로 인한 피해는 단순한 불쾌감에서 심각한 폐암·심장병 등 다양하다”며 “기침·가래·폐활량 감소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직장 상사·가장이 담배를 피우면 금연을 강력하게 요구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필터 안 거친 '생담배 연기' 독성 강해

동서신의학병원 호흡기내과 김이형 교수는 “흡연자가 마시는 담배 연기(주류연)엔 타르 등 유해물질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 있다”며 “담배 필터를 통과하면서 타르 등 유해물질이 상당 부분 걸러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간접 흡연자가 마시는 연기(부류연)는 재떨이나 손에 놓인 담배 끝에서 공중으로 퍼지는 '생담배 연기'다. 필터를 거치지 않고 불완전 연소되는(더 낮은 온도에서 타므로) 부류연엔 타르·니코틴·일산화탄소 등 유해물질이 더 많이 들어 있다. 부류연의 타르 함량은 주류연의 1.7배, 니코틴 함량은 2.7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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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후 옷 갈아입고 씻어야 3차 피해 줄어

흡연자가 곁에 없다고 해서 간접 흡연의 피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3차 흡연 탓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조너선 위닉오프 박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3차 흡연은 특히 어린이와 유아에게 심각한 피해를 안겨준다. 흡연자가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들어와도 의복·머리카락 등을 통해 담배 입자가 실내에 유입될 수 있다.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서홍관 박사는 “흡연 아빠가 아기를 안아줄 때 담배의 유해성분이 자녀에게 옮겨진다”며 “흡연한 뒤엔 귀찮더라도 옷을 갈아입거나 머리를 감은 뒤에 자녀를 안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엄마가 아기가 없는 곳에서 담배를 피우더라도 담배의 독성물질이 모유를 통해 전달될 수 있다. 이는 어린이 학습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피해 안 주려면 흡연자가 먼저 조심해야

간접 흡연의 피해자인 비흡연자가 시도해 볼 만한 자구책은 별로 없다. 흡연자를 피해 다니는 정도다. 간접 흡연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무엇보다 흡연자의 '성의'와 '조심'이 중요하다. 흡연자 대상 교육을 통해 실내·공공장소에서 흡연을 자제하게 하고, 술집·음식점 등에서 흡연하는 행위를 엄하게 처벌하며(외국에서 실시 중), 금연을 강력하게 권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일본에선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면 벌금이 부과된다.

중앙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재열 교수는 “간접 흡연이 태아의 발육을 억제하고 영아 돌연사 증후군을 일으키며, 어린이의 중이염·기관지 천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아빠가 스스로 담배를 끊게 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흡연 기간이 오래된 사람이 단번에 금연에 성공하기란 힘든 일이다. 흡연자는 니코틴 부족으로 인한 금단현상을 잘 이겨내지 못한다.

미국 흡연자 72% 금연 위해 의사와 상담

금연에 성공하려면 담배를 끊겠다는 본인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자신의 흡연 습관과 금단 증상을 파악하고 이에 적절히 대처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기에 가족의 응원이 더해지면 성공 확률은 더 높아진다.

의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효과적이다. 선진국의 흡연자는 70% 이상(미국 72%, 캐나다 71%)이 금연을 위해 의사와 상담한다. '금연은 치료를 받아야 할 질환'이란 인식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흡연자의 53%는 의사의 도움으로 담배를 끊었거나 줄였다.

적절한 약물 치료도 금연 성공을 위한 동반자다. 시중엔 현재 패치제·껌 등 '금연 도우미'가 여럿 출시돼 있다.

글=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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