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신종플루의 천적?… 국내 환자 29명중 한국인 6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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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가 면역력 키운다" 대(對) "의학적 근거없는 얘기"

한국인은 정말 '체질적으로' 인플루엔자에 강한 것인가? 27일 신종 인플루엔자 A(신종플루) 감염자가 2명 추가 확인돼,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신종 플루 환자는 총 29명으로 집계됐다. 일본에서는 우리의 10배가 넘는 35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그런데 국내에서 발생한 환자 29명 중 한국인은 6명뿐이다. 나머지 23명은 외국인이다. 서울 강남 C어학원 소속 외국인 강사 19명과 베트남 여성 환승객, 24일 뉴욕에서 입국한 한국계 미국인 아동 3명 등이 국내에서 신종 플루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인 환자 6명 중 순수하게 국내에서 감염된 사람은 2명뿐이다. 게다가 6명 중 4명은 이미 완치해 퇴원했다.

신종 플루 바이러스는 C어학원의 외국인 강사 64명 중 19명(30%)에게 퍼질 만큼 가공할 전염률을 보였지만, 현재 시점에선 한국인 발생이 많지 않고, 회복 또한 빠른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1만3000여명이 감염되고 95명이 사망한 것에 비하면 아직까지는 놀라울 정도로 선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이 신종 플루 바이러스에도 강한 게 아니냐는 추정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2002~2003년 사스 파동, 2005년 AI(조류독감) 때도 우리는 피해 없이 무사히 지나간 전례가 있다. 실제로 한국인이 즐겨 먹는 김치가 인플루엔자 면역력을 키워준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한국식품연구원 김영진 박사는 "최근 연구 결과 김치가 인플루엔자 H1N1 타입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신종 플루도 H1N1 타입이기 때문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팀은 2006~2008년 닭과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김치가 AI 바이러스 억제에 뚜렷한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김치는 백신처럼 특정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생체 방어력·면역력을 높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대 김치연구소장 박건영 교수도 "장막이 상처를 입으면서 바이러스가 침입하는데, 김치에 많은 유산균이 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박승철 신종인플루엔자대책위원장은 "김치·마늘·식초가 면역력을 강화시킨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의학적으로는 근거가 없다"며 "김치의 어떤 성분이 어떻게 역할을 하는지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서구인과 달리 한국인은 포옹·키스·볼 접촉 같은 '밀접한 접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신종 플루 확산이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석은 인사법이 우리와 비슷한 일본에서 다수의 발병자가 발생한 점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전염병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지금 신종 플루 발병 초기이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외래 전염병 초기 단계에는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이나 외국에 다녀온 사람 위주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계절인플루엔자가 국내에서 외국과 비슷하게 유행하는 것만 보아도 그런 추론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우리나라 계절인플루엔자 감염률은 전 국민의 10% 정도로 매년 외국과 별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권진욱 질병관리팀장은 "우리가 아직까지 운이 좋았을 뿐이고, 지역사회에 만연하는 것은 시간차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철 위원장은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신종 플루 환자가 더 많이 나올 것이고 사망자도 나올 수 있다"며 "그러나 신종 플루가 유행성은 빨라도 인체에 끼치는 치명성은 매우 낮은 만큼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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