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새 없이 눈 깜박,어깨 들썩들썩… “틱 틱 틱… 뚜렛병이래요”

정우석 0 8076
쉴새 없이 눈 깜박,어깨 들썩들썩… “틱 틱 틱… 뚜렛병이래요” -국민일보



준서는 가끔 친구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곤 합니다. "너 왜 자꾸 이상한 행동을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는데?" 그럴 때마다 준서는 나름대로 증상에 대해 설명합니다. "내가 틱이라는 병이 있는데, 그건 내가 하고 싶지 않아도 자꾸 얼굴을 찡그리게 되고 소리가 나." "에이, 세상에 그런 병이 어디 있냐? 거짓말." 준서는 더 이상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 맙니다.(중략) 준서는 수업시간에 집중이 잘 되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무서운 얼굴을 하며 준서를 바라보았습니다. "아직 이것밖에 못 풀었니? 부산하게 움직이지 말고 집중해야 문제를 빨리 풀지." 준서는 슬퍼서 눈물이 났습니다.

2007년 5월 창립된 한국뚜렛병협회가 지난해 4월 만든 '교사들을 위한 틱·뚜렛병 안내서'에 실린 내용 중 일부다. 일반인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틱·뚜렛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얼마나 심한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이사장 송동호·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8∼14일 '청소년 정신건강 주간'을 맞아 틱·뚜렛병을 바로 알리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의학회 소속 의사들은 이 기간동안 전국 45개 병·의원 및 지자체 정신건강센터에서 환자와 가족 교사 등을 대상으로 틱·뚜렛병의 증상 및 치료, 생활 관리 등에 대한 무료 강연(구체적 일정 홈페이지 www.kacap.or.kr 참조)을 진행한다. 전문의들이 전국 단위 대국민 질병 홍보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뚜렛병협회 김수연(45) 회장은 7일 "틱과 뚜렛병 아이와 부모가 정말 원하던 강연"이라며 환영했다.

틱(Tic)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기이한 소리를 내거나(음성틱) 갑자기 근육이 움직이는 것(운동틱)을 말한다. 쉴새없이 눈을 깜빡거리고 몸을 꼬며 불쑥 욕을 내뱉고 자신의 몸을 때리며 괴성을 지르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 주로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인 7세 전후로 많이 나타나며,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약하게 있다가 수개월 안에 증상이 사라지는 게 보통. 부모조차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1500명 중 1명 꼴은 틱이 1년 이상 만성화되는 '뚜렛병'으로 진행된다.

틱의 명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뇌의 신경화학적·기능적 불균형, 유전적, 환경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대병원 정신과 이영식 교수는 "틱 장애는 특히 과도한 학업과 과외 활동, 가족의 불화 등 스트레스 상황에서 잘 생기고 틱 장애를 보이는 아이들을 꾸중하면 증상은 더욱 나빠진다"고 말했다. 틱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나 강박장애, 불안증 등 여러 문제와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주변 사람들이 틱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 습관 혹은 나쁜 버릇쯤으로 치부하거나 놀릴 경우 아이는 자신감을 잃고 심지어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

틱 치료에 있어 중요한 것은 부모 반응이다. 아이의 틱 증상을 모른채 넘어가 주어야 한다. 틱을 참도록 강요할 경우 조금은 참을 수 있지만 곧 더 많은 틱을 하게 되므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아이가 틱 증세를 보이면 부모는 그것을 지적하기보다는 그저 아무 말없이 아이를 지켜보라"고 주문했다. 아이가 틱으로 인해 힘들어하거나 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경우에만 개입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학교 선생님에게는 아이 문제를 미리 이야기해 놓는 것이 좋다. 이 교수는 "틱 증상으로 인해 수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친구 관계도 나빠질 수 있다"면서 "수업하다 도저히 틱을 참을 수 없으면 잠시 교실 밖에 나갔다 오도록 배려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메일로보내기인쇄하기스크랩하기고객센터 문의하기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