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대인관계가 뇌 노화 막는다

전북의사회 0 8946
-기억능력 감소 땐 산딸기·당근 등 먹으면 효과 커, 독서·암기활동 등도 방법-
“며칠 전에 만나 악수까지 했는데 그 사람 이름이 뭐였더라. 아침 에 신문을 보니 어
떤 연예인이 간통죄로 고소당했다던데 그게 누구 였지.”

마흔을 넘어서면 누구나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갖게 마련이 다. 흐르는 세월을
어찌 막을 수 있으랴. 친구들과 고스톱이라도 치 면서 ‘머리’를 쓰려 하지만 좀처
럼 쉬운 일은 아니다. 나이가 들 어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인가.

노령화에 따른 기억력 저하는 주로 인지심리학자·인지과학자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
다. 인지과학자들은 외부의 사물과 현상을 지각하 는 능력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부위
에 뭔가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 라고 설명하고 있다. 인지과학자들은 기억력 감퇴의
매커니즘을 4가 지로 풀이하고 있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은 청각이나 시각과 같은 감각과 이 감각정보 를 처리하는 능력
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가령, 장년층은 음식을 먹어 도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맛을 받아들이는 감각과 이 감각을 판단하는 뇌 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이다. 젊을 때처럼 정보를 빨리 이해
하고 결정하거나 머릿속에 저장된 기억을 끄집어내 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마
치, 공장의 컨베이어벨트에서 초기 작 업이 제대로 안 돼 그 이후의 공정이 늦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조금이라도 복잡한 상황이 벌어지면 아예 그 상황에 대한 이해를
포 기해버린다.

▲운동도 뇌에 산소 많은 피 보내 기능 향상

기억용량이 줄어드는 것이 세번째다. 이를테면 컴퓨터의 작업공간인 램 메모리가 줄어
드는 것과 같다. 얼굴은 기억나는데 이름이 기억나 지 않는다거나 이야기를 들어도 앞
부분은 기억나는데 뒷부분이 기억 나지 않는 경우에 이에 해당한다. 기억용량이 줄어
일부분만을 받아 들여 처리하고 나머지는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기억을 통제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일상 생활을 제대로 하
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기억이나 현재의 일과 아무 런 관련이 없는 자극과 정보는 억제
하고 필요한 기억만 걸러내야 한 다. 하지만 이런 통제능력이 떨어져 쓸데없는 기억
을 오히려 더 잘 기억하게 된다. 손자 이름을 물었는데 아빠 이름을 댄다든지, 몸이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애들 엄마는 시장 갔어”라고 엉뚱하 게 대답하는 경우
가 바로 그렇다.

이야기를 하는데 그 사람 말은 전혀 기억나지 않고 주변의 소음이나 다른 사람의 말,
지나가는 사람들의 잡담이 오히려 생생하게 떠오르 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야기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얘기는 쏙 빠지 고 엉뚱한 말들을 끄집어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바로 기억통제능 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하지
못하거나 말실수·기억실수를 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인지과학자들은 이러한 통제기능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수준에 서 뇌를 통해 이뤄
지기 때문에 더더욱 문제라고 한다.

최근의 인지과학연구는 뇌의 기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여러 방법 을 제공하고 있
다. 신체적으로 뇌의 노화를 막거나 늦추는 방법이 있을 수 있고, 인지능력의 저하를
보완하는 여러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뇌의 노화를 막는 대표적인 방법은 섭식과 운동이다. 뇌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는 항산
성음식인 산딸기·당근 등을 먹으면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해외에서는 산딸기 열풍
이 불고 있다고 한다. 운동은 심장에서 뇌로 산소가 많은 피를 보내게 하여 뇌기능을
향상시킨다. 이런 상식적인 이유말고도 운동이 뇌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데는 다른 요인
도 있다.

▲세심한 손작업도 인지능력 키워

운동은 팔·다리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몸의 움직임을 컨트롤하는 뇌의 활동도 활발
하게 해준다. 몸의 움직임을 계획하고 통제하고 연 결·조정하는 고도의 인지적 작업
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미국 일리 노이대의 심리학 교수가 55~65세 노인들을 대상으
로 연구한 결과, 운동을 한 노인들이 신체만 아니라 인지능력·공간능력·정보처리 속
도도 훨씬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이 뇌의 지적 능력을 활성 화시켜 인지능력·기
억능력도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인지과학자들은 뇌의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 조금 색다른 충고를 하 고 있다. 사물을
지각하는 능력을 발전시키는 인지적 전략이 그것이 다. 음악이나 미술품을 감상한다거
나 세심한 손작업을 하는 것 역시 그런 전략에 포함시킬 수 있다.

뇌의 정보처리 능력을 빠르게 유지하기 위해 여러 인지적 작업을 수 행하는 것도 좋
은 방법이다. 서구의 노인들이 열심히 크로스워드 퍼 즐에 몰두하는 것이나 서정주 시
인이 말년에 산이름이나 지명을 암 송했던 것도 이런 인지능력의 유지를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지심리학에 의하면, 머리가 좋고 나쁜 것은 머릿속의 ‘램용량’ (기억능력·인지작
업능력)의 차이 때문이다. 이는 자신의 기억능력 을 체크하고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능
력을 의미하는 ‘메타인지적 기 능’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독서나 암기 등
의 활동을 계 속 유지함으로써 인지능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책
을 많이 읽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높은 수준의 인지능력을 유 지할 수 있다.

▲기억력 유지는 노력 여하에 달렸다

나이가 든 분들이 엉뚱한 말을 할 경우에 흔히 ‘노망’ 났다고 말 한다. 중요한 위치
에 있는 나이든 사람들이 말실수를 하거나 느닷없 이 과격한 주장을 펴거나 불합리한
결정을 하곤 하는데, 이는 기억 을 통제하고 억제하는 훈련이 필요한 경우다. 혼자서
훈련할 경우, 생각을 글로 적어보거나 녹음을 해서 체크하는 방법 등을 권장할 만 하
다.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의 말이나 행동 등을 모니터해서 끊임 없이 수정하는 것도
좋다. 더 좋은 방법은 취미나 회사 일 등 어떤 일에 집중·몰두하여 하나의 작업을 완
성하는 기회를 자주 갖는 것 이다.

장년기 이후에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뇌기능의 쇠퇴, 특히 기억능력 의 감소는 실상
20, 30대에도 일어난다. 젊은 시절에는 다른 능력들 이 충분해 이런 쇠퇴가 겉으로 드
러나지 않을 뿐이다. 나이가 들어 도 일부 능력은 쇠퇴하지만 다른 기능은 그대로 남
아 있고 더 많은 지식과 두뇌 부분을 가동시켜 얼마든지 이를 보완, 상쇄시킬 수 있
다. 인지능력의 쇠퇴는 숙명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 여부에 달려있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보면서 자신의 인지능력을 점검하고 더 나은 인지능력을 개발하
는 데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은 지적 능력, 특히 기억능력의 쇠퇴를 걱정할 필요가 없
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다마시오에 의하면, 뇌에서 정서를 담당하는 부 위가 손상된 환자
들은 단순히 정서적 반응에만 이상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윤리적 사고에서
도 이상이 생겨서 정상적인 판단과 결정을 하지 못한다. 이런 연구는 정서적 안정과
좋은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도 좋은 인지능력을 보유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운동 못지않게 다른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 좋은 관계가 뇌의 기능
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美 심리학회지가 소개한 뇌 노화 방지 식이요법

-블루베리를 먹으면 기억력이 좋아진다?-

미국 심리학회의 뉴스지 최근호는 뇌의 노화를 방지하는 식이요법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의 USDA 대학과 터프츠 대학의 연구자들이 딸기·블루베리·시금치·케일 등 항
산 화물질이 함유된 음식을 기억 감퇴에 따르는 노화 증후군을 보이는 흰쥐에게 먹였
더니 쥐들의 운동과 기억기능이 현저하게 좋아졌다는 실험결과를 얻었다. 음식을 먹
은 쥐들의 뇌세포와 세포막들이 인지 능력에 관계하는 신경전달 물질을 훨씬 더 잘 유
통시켰던 것.

이 잡지는 또 무용·에어로빅·조깅·테니스 등 신체의 유연성과 균형을 유지시켜주
는 운동을 30분 이상 지속하는 것이 건강한 인 지능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실험 결과도 아울러 싣고 있 다. 운동을 한 사람들은 상황에 대한 ‘예상’ 능력을 훨
씬 더 잘 유지한다고 한다.

(도움말 :이정모 성균관대 심리학과 교수, 강은주 서울대 의과대학 핵의학과 선임연구
원)

〈김재환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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