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에 설사… 가을 불청객 '바이러스성 장염'

정우석 0 8054

고열에 설사… 가을 불청객 '바이러스성 장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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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선선해지면 위생 관리에 소홀하기 쉽다. 하지만 장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기온이 내려갈수록 기승을 부리기 때문에, 가을철에는 바이러스성 장염을 조심해야 한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신종 플루와 증상 비슷 어린이·노인 사망할 수도

노로바이러스가 주원인 상추·깻잎 먹을 땐 조심


장염은 식중독의 가장 흔한 증상이다. 그런데 '식중독의 계절'인 여름엔 잠잠하다 가을부터 기승을 부리는 장염이 있다. 바이러스성 장염이다. 지난 2002년부터 올 4월까지 7년간 바이러스성 장염은 8월보다 9월에 87배 많이 발생했다(한국식품안전연구원 조사). 천두성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원 연구원은 "장염의 원인은 세균과 바이러스 두 가지인데, 세균이 여름에 번식하는 반면 바이러스는 가을에 급증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는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거의 증식하지 못하다가, 기온이 섭씨 4~10도, 습도 20~40% 정도 되는 가을부터 증식하기 시작해 기온과 습도가 더 떨어지는 겨울철에 크게 늘어난다.

상추, 깻잎, 된장, 샌드위치 조심해야

가을철 장염을 일으키는 주원인은 노로바이러스다. 최원상 동국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는 "여러 바이러스가 식중독을 일으키지만 노로바이러스가 약 90%를 차지한다"며 "노로바이러스는 독성이 매우 강해 1~2개체만 음식물에 묻어 있어도 장염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바이러스성 식중독 위험이 큰 식품으로는 상추, 깻잎, 된장, 농후발효유, 샌드위치 등"이라고 덧붙였다. 9월에 들어서면서 바이러스성 장염이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계절적인 바이러스 증식 요인과 함께 사람들이 여름이 가면서 식품 위생 및 식기 청결 관리를 소홀히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신종 플루와 증상 유사

바이러스성 장염에 걸리면 설사를 계속하고, 배를 움켜잡고 데굴데굴 구를 만큼 아랫배가 심하게 아프다. 동시에 두통이 생기며 어지럽고 열이 난다. 엄중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교수는 "이런 증상은 호흡기 증상을 제외하면 최근에 유행하는 신종 플루와 유사해(고열·근육통·어지러움 등이 나타나며 설사를 동반), 9월 이후 바이러스성 장염에 걸리면 신종 플루와 헷갈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이러스성 장염의 전파력은 신종 플루보다 훨씬 강하다. 신종 플루는 바이러스가 섞인 침이나 대변 등에 직접 접촉해야 전염되지만 노로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한 전염도 가능하다. 또 장염 증상이 다 없어진 뒤에도 체내에 바이러스가 남아 있기 때문에 2주일 정도는 침, 배변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된다. 최 교수는 "노로바이러스의 감염력은 신종 플루보다 5~6배 이상 높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어린이나 노약자는 면역력이 약한 상태에서 바이러스성 장염에 걸리면 심한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지사제 먹으면 오히려 악화"

건강한 성인의 경우, 바이러스성 장염에 걸리면 극심하게 아프지만 대신 2~4일 제대로 관리하면 금방 회복이 된다. 하지만 올바로 관리하지 않으면 증상이 쉽게 악화된다. 김경수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사제를 먹으면 오히려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설사를 하면 끓인 보리차 물 1000㏄에 설탕 2티스푼과 소금 2분의 1티스푼을 넣어 계속 마시면 약을 먹는 것보다 좋다"고 말했다. 물을 마시면서 설사를 계속해 원인이 되는 노로바이러스를 몸 밖으로 빨리 배출하는 것이 빠른 회복에 도움된다는 설명이다. 열이 있으면 해열제를 복용하며, 증상이 아주 심하면 병원에서 수액요법이나 항생제 등으로 치료받는 것이 좋다.

끓는 물에 소독해야 예방

바이러스성 장염은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쉽게 전염된다. 엄중식 교수는 "어린이가 가을에 갑자기 배탈이 나서 구토를 하면 선생님은 즉시 다른 학생과 멀리 떨어져 있게 한 뒤에 장갑과 마스크를 끼고 토한 오물을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장염을 일으킨 어린이가 구토를 한 자리, 만졌던 물건이나 문의 손잡이 등은 물로 희석한 살균세제로 닦아 주는 것이 좋다. 식재료와 식기류를 끓는 물에 가열하는 것이 확실한 예방법이다.

엄중식 교수는 "신종 플루와 AI 등의 원인 바이러스는 비교적 낮은 온도인 70~80도에서 죽지만, 노로바이러스는 최소 85도 이상에서 1분 이상 가열해야 죽는다. 따라서 일반 가정에서는 아예 끓는 물에 살균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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