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안하면 불안불안, 혹시 운동중독?

정우석 0 8112

운동 안하면 불안불안, 혹시 운동중독?



최근 ‘웰빙=건강=운동’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운동인구가 부쩍 늘고 있다. 하지만 운동에 지나치게 빠져들어 스스로 운동량을 조절하지 못하면 이른바 ‘운동중독’에 빠질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운동중독, 왜 생기나?

운동중독이란, 운동에 과도하게 몰두함으로써 운동수행능력에 대한 자기조절능력이 약해지고, 타의에 의해 운동을 못할 경우 혼란과 무기력에 빠지게 되는 증상이다.

보통 운동을 하면 인체가 분비하는 엔돌핀이나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이 기분을 좋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엔돌핀은 통증에 대한 민감성을 감소시키는 일종의 마약과 같아 황홀감과 중독성 행동성향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때문에 중독증세가 심해지면 심지어 운동을 하다가 부상을 입고서도 운동을 쉬지 못하는 상태까지 이르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동호회 형태의 모임을 통해 운동을 하는 이들도 많은데, 모임 내에서의 과도한 경쟁심 등도 운동중독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세SK병원 정형외과 전성욱 과장은 “운동중독의 가장 큰 문제는 몸을 필요 이상으로 혹사시키는데 있다”며 “근육이나 인대, 관절 등을 다치면 근본적인 치료와 충분한 휴식을 통해 완전히 회복된 후 다시 운동을 해야 하지만 운동중독자들은 ‘운동해야 낫는다’는 식으로 생각하다가 몸이 회복될 사이도 없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한다.

운동중독을 겪기 쉬운 종목은?

◆ 마라톤 = 중독 증상을 겪을 수 있는 대표적인 운동종목이다. 연간 개최되는 크고 작은 마라톤 대회는 대략 200여회 내외. 일반적인 완주코스부터 수백km에 달하는 울트라 마라톤까지, 마니아들의 열기는 대단하다. 보통사람 같으면 평생 한번을 완주하기도 힘든 코스를 매 주말마다 완주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올림픽금메달리스트인 황영조 국가대표 감독조차도 마라톤 완주를 일년에 두 차례 정도만 했다고 말할 정도로 마라톤 완주가 인체에 가해지는 부담은 매우 크다.

일상적으로 달리는 마라토너들의 경우 일명 ‘러너즈 니’(runner's knee)라 불리는 무릎통증을 앓기 쉽다. 이는 마라토너들이 자주 호소하는 무릎통증을 통틀어 부르는 말인데, 무리한 달리기로 인해 무릎관절을 과도하게 사용할 때 겪을 수 있다. 아킬레스건 손상도 주의해야 한다. 무리하게 뛰다 보면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생기거나 파열될 수 있는데, 발 뒤꿈치가 부어있거나 약간의 통증만 느껴지더라도 3~4일 정도는 휴식을 취해야 한다. 또 마라토너들에게 비교적 흔한 발가락 부상은 발톱 아래 멍이 생겨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보통 잘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뛰었을 경우 발생한다. 발톱 아래 피멍이 들었다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평소 달리기 전 팔•다리 스트레칭과 가벼운 조깅 등으로 부상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 운동중독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부상도 뛰어야 낫는다고 잘못된 생각을 하는 이들도 많지만 부상이 발생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 웨이트트레이닝 = 얼마 전부터 몸짱 열풍이 불면서 젊은 남성들을 중심으로 웨이트트레이닝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 부쩍 늘고 있는 추세다. 웨이트트레이닝은 말 그대로 중량운동이기 때문에 근육과 관절에 강도 높은 자극이 가해진다. 하지만 이 또한 매우 강한 중독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부상이 있더라도 근육을 빨리 키우고 싶은 욕심에 운동을 강행하는 경우가 많고, 무리한 목표치를 세워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욕구도 매우 높은 편이다.

무리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부상을 당하기 쉬운 곳은 아무래도 척추나 관절부위다. 특히 상체운동 시에는 손목부위나 팔관절, 어깨관절 등에 부상의 우려가 있고 하체운동 시 무릎관절이나 척추에 부상을 입기 쉽다.

때문에 운동 전 스트레칭은 물론 정확한 자세로 운동을 해야만 관절 및 척추에 비정상적인 자극이 가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손목보호대나 허리벨트 등을 착용하는 것도 부상을 예방하는데 좋다. 관절이나 근육부상 때문에 통증이 있는 경우에는 무조건 쉬어주어야 한다.

◆ 등산 / 베드민턴 = 등산이나 베드민턴은 특히 장년층이 즐기는 운동이다. 주로 동호회를 통해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독돼 몸에 부담을 주기 쉬운 운동이다. 장년층의 경우 골밀도가 낮기 때문에 등산을 너무 자주하다 보면 정강이에 피로골절이 생길 수도 있다. 또 산길의 미끄러운 돌 등을 잘못 밟아 발목을 삐는 경우도 있는데, 대개는 휴식을 취하면 좋아지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산행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번 손상된 인대는 부상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완전히 회복되기 전까지는 등산은 물론 야외활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

베드민턴의 경우도 일반인들이 즐기는 대표적인 생활체육종목이다. 하지만 동호회 활동을 위주로 할 경우 운동중독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승부를 겨루는 종목인 만큼 경쟁심 또한 발동해 무리하게 운동하는 경우도 많다.

베드민턴은 순간적인 방향전환이 잦아 자칫 종아리 근육이나 무릎십자인대 등에 무리가 갈 수 있고, 점프도 많이 하기 때문에 척추에 부담이 갈 수도 있다. 그리고 스매싱이나 하이클리어를 할 때는 어깨부위에 무리가 갈 수 있어 베드민턴을 오래한 사람들의 경우 관절염이 더 빨리 오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운동에 대한 과한 욕심을 버리고, 특히 지나친 승부욕에 집착하다가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스스로 운동량과 강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Tip . 운동중독 자가진단법

전문가들은 가벼운 운동이라도 규칙적으로 2~3개월 계속하면 운동중독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아래 항목 중 6개 이상에 해당된다면 운동중독을 의심해 보고 조절이 필요하다.

* 운동중독 자가진단 테스트

1. 다른 사람과 같이 운동하면 운동량이 줄어 화가 난다.

2. 나쁜 감정을 잊기 위해 운동한다.

3. 매일 일정량의 운동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4. 컨디션이 엉망이어도 운동은 꼭 해야 한다.

5. 지칠 때까지 운동한다.

6. 체중 감량을 위해 운동한다.

7. 섭취한 칼로리 소비를 위해 운동한다.

8. 운동한 양이나 시간을 칼로리로 환산한다.

9. 바빠서 하루라도 운동을 못 하면 죄책감이 든다.

10. 운동하지 않은 날은 식사도 안한다.

11. 많이 먹으면 더 심하게 운동한다.

12. 운동을 줄이거나 안하는 것이 잘 안 된다.

13. 운동 때문에 가정생활이나 직장생활에 지장이 있다.

14. 운동량이 계속 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15.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심하게 운동한다.

■ 도움말 : 연세SK병원 정형외과 전성욱 과장.

/OSEN=생활경제팀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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