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모를 쑤심·결림 우울증, 몸으로도 온다

정우석 0 8285

 

중소기업 홍보팀에 근무하는 여성 정모(43)씨는 몇 달 전부터 온 몸이 쑤시고 어깨가 결렸다. 평소와 다르게 먹은 음식도 없는데 설사도 계속됐다. 처음에는 어깨를 보는 정형외과에 갔지만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통증을 치료하는 한의원에서 침도 맞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후 온갖 요법을 써도 효과를 보지 못하다가 지인이 권해서 정신과에 갔더니 "우울증 때문에 몸이 아픈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우울증 약을 처방받아 2주 복용하자 모든 증상이 사라졌다. 정씨는 "전혀 우울한 기분이 들지 않았는데 우울증이었다니, 또 우울증인데 몸이 아프다니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정씨의 경우처럼, 우울증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민수 고대안암병원 정신과 교수는 "우울증 환자 중 우울한 감정 없이 신체적 우울증만 있는 사람이 20~30%"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 최근 자료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환자는 국민 100명 중 8명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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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인을 찾지 못하는 어깨 결림이나 온몸이 쑤시는 증상, 설사, 호흡곤란, 어지럼증 등이 지속된다면 신체적 우울증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이민수 교수는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이 '우울한 감정'일 뿐이지, 우울증은 다양한 신체적 증상을 동반한다"고 말했다. 우울증이 가져오는 신체적 증상을 통틀어 '신체적 우울증'이라고도 하는데, ▲온몸 쑤심 ▲어깨 결림 ▲호흡곤란 ▲심장 두근거림 ▲설사 ▲어지럼증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증상이 몇 가지 겹쳐서 나타나는데 내과·정형외과 등 증상과 직접 관련되는 진료과에서 원인이 전혀 발견되지 않으면 신체적 우울증 여부를 진찰받아 볼 만 하다.

신체적 우울증은 정신적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뇌의 호르몬 분비 불균형이 가장 큰 원인이다.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교수는 "뇌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을 포함한 여러 호르몬의 분비가 불균형하게 분비되면 우울증이 생긴다. 신체적 우울증은 특히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치료는 우울증 치료제로 한다. 심발타 등 신체적 우울증에 밀접하게 관련된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분비를 촉진하는 우울증 약을 복용하면 신체적 우울증 증상이 완화된다.

자신의 통증이나 각종 신체적 질환이 우울증 때문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채 교수는 "의학적으로 검증된 정신과용 설문지와 의사의 문진으로 우울증 점수를 매겨 판단한다"고 말했다.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불균형을 진단하는 기기가 있지만 20~40만원 정도의 비싼 검사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1차 진단용으로 쓰지는 않는다.

/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baej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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