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나노 의학’] 암치료·인공망막… 점차 현실로

전북의사회 0 8608
기사입력 : 2004.06.23, 16:32 
 
‘10억분의 1m’라는 매우 작은 세계를 다루는 ‘나노 테크놀로지’가 의학분야에서도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나노는 ‘10억분의 1(10-9)’을 의미하며,‘난쟁이’이란 뜻의 고대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된 접두어다. 1나노미터(㎚) 는 원자 3∼4개를 일렬로 세워놓은 길이. 나노 테크놀로지는 1∼100㎚(10-9∼10-7)의 초미세 입자,즉 원자나 분자를 관찰하고 그들을 하나씩 조작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 기술은 1981년 나노 영역의 관찰을 위해 개발된 원자 현미경(STM)의 등장으로 첨단 산업으로 급부상했으며,현재는 IT(정보기술)와 BT(바이오 기술) 등과 결합해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이 중 인류에게 가장 관심있는 분야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보건,의료 분야. 최근 나노 기술을 근간으로 한 ‘나노 의학’이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다.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나노 캡슐’=가장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는 나노 입자(원자나 분자 단위) 안에 약물을 주입해 원하는 병 부위에 수송되도록 하는 ‘약물 전달 시스템’이다.

현재 쓰이고 있는 대부분의 항암제는 암세포뿐 아니라 일반세포까지 죽일 수 있어 탈모,골수 기능 저하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한다. 따라서 원하는 만큼의 항암 약물을 ‘유도탄’처럼 목표물인 종양 부위에 정확하게 보내 암세포를 죽이는 ‘표적 항암제’의 개발은 의료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그중 자성(磁性)을 띠는 나노 입자를 이용해 보자는 ‘나노 약물 전달체’의 개발이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롯한 일부 과학자들에 의해 시도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연세의대 송시영 교수가 발표한 ‘자성 나노 캡슐 항암제’은 이같은 시도중 가장 앞선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송 교수가 이용한 방법은 암세포 조직에 자기장을 걸어놓고 자성을 띤 항암제 캡슐을 끌어당기게 하는 것이다. 즉 164㎚(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 크기의 나노 캡슐에 항암제와 자석 입자를 함께 담았고 이 캡슐을 유도하는 자성체로는 현재 외부에서 유도하거나 암세포 조직 부위에 직접 심는 2가지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송 교수는 “예컨대 간암 환자의 경우,간에 무해한 자석을 심은 뒤 암덩어리가 있는 곳에 자기장을 걸어주면,자성을 띤 치료용 캡슐이 혈관을 타고 간으로 이동해 암세포를 공격한다”고 말했다. 이때 일반 세포는 항암제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다. 이 기술은 1∼2년내에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나노 유전자 전달체’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술도 불치병 환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기술 역시 나노 입자를 통해 유전자를 인체내 세포에 삽입,결손 유전자를 교정하거나 세포에 새로운 기능을 제공해 각종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첨단 의학 기술이다.

삼성서울병원 의학공학과 서수원 교수는 “이 방법을 사용하면 불치 및 난치병으로 알려진 각종 유전병들과 암,에이즈,관절염같은 만성병 치료에 유용하며,다른 질병 치료에도 확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교수는 또 “분자 단위의 모터나 제어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공상영화 등에서 가능했던 ‘초소형 나노 로봇’이 몸속 장기나 혈관 등으로 들어가 병균과 싸우는 일도 실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공망막 시스템=나노 기술은 망막 이상으로 실명한 사람의 눈도 뜨게 할 수 있다. 안구 속에 나노 단위의 아주 미세한 실리콘 칩을 넣는 인공 망막시스템으로 시력을 되살려내는 것이 가능하다.

작동 방식은 ①우선 안경테에 내장한 외부 카메라로 영상을 포착해 전기신호로 변환한다. ②전기 신호로 변환된 영상이 망막에 넣어 놓은 칩으로 무선으로 송신된다. ③칩이 신경절 세포를 전기적으로 자극하는 것으로,이같은 과정을 통해 장치 보유자가 ‘의사(擬似) 시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아산생명과학연구소 김영미 교수는 “TV 외화 ‘스타트랙2’에 나오는 맹인 항해사 라포지가 스키 고글같은 안경을 쓰고 자유로이 활동하는 것은,바로 이 인공망막 시스템을 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망막같은 복잡한 신경조직에 손상을 주지않고 미세 칩을 심어야 하는 등 해결 과제가 아직 많다는 점. 미국 존스홉킨스대 휴머 윤 박사는 “특히 칩에서 발생하는 열을 최소화하는 기술의 개발이 가장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2010년쯤에는 최소한 큰 활자로 쓰여진 문장을 읽을 수 있는데까지는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강 진단 칩=나노 기술은 또 질병을 진단,분석하거나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검사를 빠르고,간단하게 수행할 수 있는 ‘나노-바이오 칩’의 개발로 구체화되고 있다. 나노-바이오칩은 분자 단위의 생체 시료 분석을 통해 DNA,단백질 및 세포 등의 반응 메커니즘을 직접 분석함으로써,질병 발생이나 건강 이상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예컨대 혈액이나 소변의 콜레스테롤 수치,혈당 수치나 맥박수,혈압 등을 감지하는 센서로 작용하는 초분자(超分子:분자를 여러개 조합한 단위)를 반도체 칩 위에 올린다(일종의 바이오센서). 혈액,소변에 포함된 물질에 그 초분자가 반응하면 전기가 흐르도록 해 놓을 경우,몸의 이상이 전기 신호로 포착된다. 이렇게 하면 병원에서 질병 진단을 위해 하는 임상 검사를 하나의 바이오 칩으로 해결할 수 있고,또한 전기 신호로 디지털화된 검사 결과는 ‘원거리 진료’에도 사용할 수 있다.

민태원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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