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잠도둑' 코골이, 몸무게만 줄여도 확 뚫립니다

정우석 0 7610

'겨울밤 잠도둑' 코골이, 몸무게만 줄여도 확 뚫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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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서 잠을 자다가 자주 깨는 토끼잠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 평소에 코를 곤다면 잠잘 때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자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어느덧 동지(冬至)가 지났다. 밤이 길어지면 낮이 편해져야 하건만 오히려 피로가 더 쌓인다는 사람이 많다. 연말 이어지는 술자리 때문인가 싶어 술을 마시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 ‘동지섣달 기나긴 밤 한 허리를 베어내고’팠던 황진이의 심정을 알 법하다. 겨울철 숙면을 방해하는 요인과 그 해결책을 알아본다.

햇빛 덜 쪼여 수면장애 생겨

수면질환 전문 병원인 숨수면센터가 성인 1,388명을 대상으로 수면 실태를 조사한 결과, 744명(54%)이 밤에 자다 깨다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하룻밤에 1, 2번 깨는 경우는 67%(499명), 3번 이상 깨는 경우는 33%(245명)나 됐다.

겨울에는 불면증이 더 심해진다. 불면증은 일조량과 관련 있다. 낮에 햇빛에 충분히 노출돼야 야간 수면 중 멜라토닌 분비가 늘어나고 수면 리듬이 강화한다. 그런데 겨울철에는 낮이 짧아져 일조량이 줄어드는 데다가 추위로 야외 활동마저 적어져 햇빛 노출 시간이 줄기 때문이다.

또 겨울에는 수면에 방해가 되는 코골이도 심해진다. 겨울에는 코가 마르고 염증이 생기기 쉽다. 코와 목 주위 조직이 부으면 기도가 좁아지면서 숨을 들이쉴 때 공기가 빠르게 흐르고, 이 때문에 주위 조직이 떨려 코를 골게 된다. 코골이가 심해지면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보통 코골이와 함께 나타나다. 코를 골던 중 숨이 멎었다가 몇 초 뒤에 ‘컥’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숨을 쉰다. 대부분 한 번에 30초 이상 호흡이 멎으며, 심하면 밤새 수백 번씩 멎기도 한다. 잠에서 자주 깨는 것은 이처럼 숨쉬기가 어려워서다.

수면 중 숨쉬기 힘들면 상기도 쪽에 숨쉬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각성을 한다. 기도 공간이 아주 좁아지는 중증 무호흡증이라면 잠자다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 앉기도 한다. 감기 등으로 상기도 감염이 생기면 이런 증상이 더 자주 심하게 생긴다.

겨울에 코를 덜 골려면 실내 습도를 50% 정도로 유지해야 하며 호흡기를 잘 관리해야 한다. 또 몸무게도 줄여야 한다. 체중이 늘면 기도 주위 조직에 지방이 쌓여 기도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코골이 심하면 심근경색 뇌졸중돼

수면무호흡증이 무서운 것은 심혈관계질환을 일으킨다는 데 있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하룻밤에도 수십, 수백 번의 혈압 및 심박동수 상승을 동반하는 교감신경계 흥분 현상이 발생한다. 이 결과,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이 발생한다.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또한 수면무호흡증은 호르몬과 당 대사 장애를 일으켜 비만과 2형 당뇨병(성인 당뇨병), 성기능 장애를 유발한다. 목의 불편과 입 냄새, 만성 기침, 기관지염, 뇌의 피로, 두통을 일으키기도 한다. 수면무호흡증을 장기간 방치하면 치매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고 난 뒤 피곤이 가시지 않는다면 수면무호흡증일 가능성이 높다. 호흡을 멈춘 동안 수시로 깨 깊은 잠을 자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고 일어났을 때 입이 말라 있는 경우도 있다. 무호흡이 끝난 후 숨을 빠르게 들이쉬면서 입을 벌리게 돼 입이 마르는 것이다. 자다가 소변을 보려고 자주 깨는 것 역시 수면무호흡증 때문일 수 있다. 무호흡 중 복압이 올라가 방광을 자극하면서 수시로 요의(尿意)를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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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수면자세

잠을 자도 개운치 않고 함께 자는 사람이 수면 방해를 호소한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

몸무게만 줄여도 호전돼

병원에 가면 우선 코골이와 관련한 병력을 기록하고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한다. 그런 다음 숨구멍이 좁아지지 않았는지 알아보는 두경부 X선 검사와 알레르기 검사, 비강과 인후 내시경 검사를 거쳐 수면다원검사를 받는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무호흡증 정도, 수면 자세에 따른 변화, 수면무호흡증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 수면질환 등을 진단할 수 있는 검사다. 20가지 이상의 센서를 몸에 부착하고 하룻밤을 자면서 일어나는 생체 징후를 측정하는 것이다. 호흡 곤란 양상과 심각성을 측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뇌파 중단 여부도 알 수 있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의 진단과 치료에 필수적이다. 이 검사를 토대로 병적인 코골이(상기도 저항증후군), 경도ㆍ중등도ㆍ중증의 수면무호흡증, 저산소증 등 여부를 진단하고 구강 검사 결과와 종합해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게 된다.

수면무호흡증과 저산소증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수술이나 구강 내 장치를 삽입해 치료할 수 있다. 최근 기도의 막힌 부위를 모두 열어 주는 수술이 많이 쓰인다. 막힌 부위를 남겨두면 재발하기 때문이다. 수술을 원하지 않는다면 구강 안에 장치를 넣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바로 누울 때 중력 영향으로 연구개와 혀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기도가 막혀 생긴다. 따라서 아래턱을 앞으로 당겨 혀와 목젖 후방?기도를 넓히는 장치를 넣으면 이를 치료할 수 있다. 중증 수면무호흡증에는 마스크를 통해 공기를 불어넣어 막힌 기도를 확실히 열어 주는 양압술(CPAP)을 시행한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일으키는 요인은 아주 많다. 코에 물혹이나 종양이 있는 경우, 코 살이 두터워진 경우, 연구개나 목젖이 늘어진 경우, 편도나 아데노이드가 비대한 경우, 혀가 큰 경우, 골격에 문제 있는 경우 등 코나 목을 좁게 만드는 신체 구조적 요인이 가장 크다. 이밖에 신경 및 근육과 관련된 요인이나 비만 흡연 음주 호르몬 약물 등과도 관련돼 있다. 이런 여러 요인 중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비만이다. 기도 주변에 지방이 쌓여 일으키는 수면 중 기도저항 증가가 코골이의 직접 원인이다. 실제로 코골이 환자의 80%가 비만이며 몸무게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수면무호흡증이 개선된다.

평소 코를 곤다면 잠잘 때 옆으로 비스듬히 눕는다. 테니스 공 등을 잠옷의 등 쪽에 고정해 놓으면 잠결에 등을 대고 누워 자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침대 머리 쪽을 30도 정도로 높이는 것이 좋지만 높은 베개는 피한다. 일조량이 적으면 비타민D가 부족할 수 있으므로 간 생선 달걀 우유 등 비타민D가 많이 함유한 식품을 먹어도 좋다. 잠자기 1시간 30분 전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 역시 수면을 방해하는 탈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도움말= 신홍범 코모키수면센터 원장,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수면센터 교수, 이주헌 강동성심병원 신경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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