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건강 습관, 이것만은 지키자

[중앙일보 박태균]

임신은 여성에게 중대한 변화이자 대사건. 직장·음식·운동·취미 등 평소 무심코 해온 일들도 신경이 쓰인다. “신종 플루 백신을 맞아야 하나” “목욕은 해도 되나” 등 궁금증이 계속 쌓인다. 최근 서울 충무아트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태교연구회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선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직장생활 오래 서 있는 것 안좋아

과로는 가급적 피한다. 하루 3시간 이상 같은 자세로 계속 서서 일하는 직업을 가진 여성의 조산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육체적으로 힘든 직업을 가진 여성의 조산·태아발육 지연·임신성 고혈압 발생 위험이 2060%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미국 산부인과학회는 과도한 노동이 요구되는 직업이 아니라면 분만 진통이 시작될 때까지 계속 회사에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박중신 교수는 “직장 여성의 출산 휴가는 임신 3839주에 내는 것이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운동 빨리 걷기 등 유산소 운동으로

적절한 운동은 임신성 당뇨병·고혈압 발생 위험을 줄이고 체중을 감량해 준다. 폐질환·심장질환 등 심각한 질환이 있거나 전치 태반·양막 파수 등 산과적 합병증이 있는 임신부가 아니라면 평소대로 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 교수는 “ 우선 권할 만한 운동은 걷기며, 헬스클럽(근골격계 운동)·에어로빅·수영·사이클 등도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키·스킨스쿠버는 삼가고 누워서 하는 운동도 간혹 저혈압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미국 질병관리통제센터(CDC)는 건강한 임신·수유부에게 매주 150분가량 빨리 걷기 등 유산소 운동을 권장했다.

취미생활 커피는 하루 서너 잔 이하

미국 산부인과학회는 임신 36주까지는 항공 여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풍토병이 있거나 전염병이 유행 중인 국가로는 떠나지 않는 것이 원칙.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김영재 교수는 “임신부는 오래 앉아 있으면 하체의 혈액 흐름에 장애가 생긴다”며 “기내에선 매시간 10분가량 통로에 서 있거나 걷고, 차로 다닐 때는 휴게실에 자주 들러 산책하라”고 권장했다.

임신부가 차로 장거리 여행을 할 때는 벨트를 배의 아래쪽, 상부 대퇴부에 걸친다.

임신부의 음주·흡연은 금물. 술은 아기의 성장 제한·얼굴 이상·중추신경계 기능장애의 주 증상인 태아 알코올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 흡연은 조산·태아발육 지연·저체중아·태반 조기박리 위험을 증가시킨다. 카페인 섭취는 하루 200~300㎎(커피 서너 잔) 이하로 제한한다. 인스턴트 커피 1잔의 카페인 함량은 60~70㎎, 원두커피는 70㎎.

사우나·찜질방 임신 초반기엔 유산 위험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신승주 교수는 “임신 12주 이전엔 뜨거운 탕·사우나·찜질방 등에 들어가면 안 된다”며 “유산 위험이 높아지고 기형 유발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임신 후반기엔 임산부의 균형감각이 떨어져 낙상하기 쉽다. 따라서 욕탕의 미끄럼 방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욕탕에 들어가기보다는 샤워 정도로 만족하는 것이 좋다.


옷은 헐렁하게 입는다. 속옷은 면 소재가 좋다. 임신 12~16주엔 아랫배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때 청바지 등 너무 꽉 끼는 옷은 피한다. 배 나온 것을 가리려고 배를 압박하면 하지 부종·혈액 순환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예방 접종 생백신 맞으면 기형 생길 수 있어

한강성심병원 산부인과 양성천 교수는 “임신 초기에 풍진에 걸리면 심각한 기형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임신 전에 백신을 접종받아야 한다”며 “접종 후 3개월은 임신을 피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임신 중 홍역·볼거리·수두·풍진 백신 등 생백신의 접종은 금기사항이다. 기형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 유행 중인 신종 플루나 계절성 독감 백신은 임신부나 태아에게 특별히 해가 된다는 연구결과가 없다.

치과 치료는 임신 전에 한다. 치주질환이 조산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충치 치료는 임신 중에도 할 수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