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재면 정상…병원가면 고혈압?

정우석 2 8702

집에서 재면 정상…병원가면 고혈압?

[중앙일보] 폭설과 한파로 더욱 힘겨운 겨울이다. 이렇듯 기온이 떨어지고 찬바람이 많이 불 때면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이 바로 '고혈압'이다. 우리 몸은 추운날씨에 노출되게 되면 혈관벽이 수축해 자연 혈압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혈압 환자는 물론 노인이나 일반 성인도 겨울철에는 혈압에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정상 혈압은 140∼90㎜Hg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되고 이로 인해 혈관 저항이 높아지는 등 혈압 상승과 함께 합병증도 자주 발생한다. 특히 겨울철 아침은 위험하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아침에는 혈압이 상승하는데, 이때 차가운 바깥 날씨를 만나면 심장 발작이나 뇌졸중 등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당신의 혈압은 안녕하십니까?” 1월6일자)에 이어 고혈압 환자가 궁금해 하는 몇 가지 질문에 대해 알아보자.

Q. 집이나 약국에서 재면 늘 정상이던 혈압이 병원만가면 높게 나온다. 왜 그런 것인가?

A. 대부분 큰 병 없이 병원에 가도 흰 가운을 입은 의료진을 보면 약간 긴장이 된다. 혈압을 재러 병원에 내원했는데 진료실 책상에 앉아 혈압만 재면 긴장이 되고 불안하여 혈압이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경우를 '백의고혈압'(white coat hypertension)이라고 한다. 즉 흰 가운 앞에서 고혈압이 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렇게 진단을 내리기는 그다지 쉽지 않다. 같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니 집이나 병원 외에 다른 공간을 따라다니며 잴 수도 없고, 기계도 약간씩 다르고, 의사는 고혈압이라 생각하고, 환자는 정상이라 생각하기 쉽다. 이럴 경우 좀 불편하긴 하지만 24시간 혈압 측정이란 방법을 사용한다. 혈압계 커프를 팔에 매고 정해진 시간마다 혈압을 재는 방법이며 24시간 동안 일상생활은 평소대로 한다. 밥 먹고, 잠자고, 출근도 하고, 나중에 전체적 혈압 확인만 하면 된다.

그럼 이런 백의 고혈압이라면 정상인 걸까? 물론 '보통' 고혈압보다는 훨씬 안전하지만 정상은 아니다. 몇몇 연구에 의하면 이 경우에도 심비대 등 고혈압의 합병증이 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정기적인 혈압체크는 물론 고혈압이 있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합병증 검사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추후 '보통' 고혈압으로 진행위험도 크므로 그에 대한 관리도 꼭 해야 한다.

또한 '백의 고혈압'과 반대로 '가면고혈압'이 있다. 병원에만 오면 정상이 되고, 평소에 혈압을 재면 고혈압인 사람들이다. 이런 경우는 더 무섭다.

Q. 평소 앉았다 일어설 때마다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핑~'도는 어지럼증이 있다. 왜 그런가?

A. 아마도 '기립성저혈압'으로 보인다. 기립성저혈압이란 글자 그대로 앉았다가 일어설 때와 같이 자세를 급격히 바꿀 때 혈압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기능에 장애가 생겨 심각한 어지럼증을 느끼는 질환이다. 앉아다 일어설 때는 약 300~800ml의 혈액이 하지의 정맥에 고여 있어 심장으로 들어오는 피의 양이 적어져 심박출량이 20~50 정도 감소한다. 이때 이를 만회하기 위하여 교감신경의 활동이 증가하여 심박수와 근육수축력이 향상하고, 정맥수축에 의해서 심장으로 들어오는 피의 양도 많아져서 혈압의 감소를 막아준다. 이런 과정에 장애가 생기면 정상적인 사람도 앉았다가 일어날 때 잠시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다. 기립성저혈압의 유무를 확인하는 방법은 똑바로 누운 자세와 선 자세에서의 혈압을 비교 측정하는 것이다. 기립성저혈압은 젊은 여성, 특히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는 여성들에서 많이 나타나며 고혈압 치료제,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등을 복용하는 노인들에게서도 흔히 나타날 수 있다. 대개 큰 문제가 없지만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낀다면 병원을 찾아 다른 문제는 없는지 검사해 보는 것이 좋다.

Q. 나이를 먹으면서 혈압이 높아지는 것은 정상인가?

A. "나이 먹으면서 좀 높아진 혈압인데 귀찮게 치료할 필요가 있나? 그냥 살다가 가지 뭐…"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은 세월이 흘러가면 이렇게 찾아온다. 일반적으로 나이를 먹으면 평균 수축기 혈압(위 혈압)은 순차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이완기 혈압(아래 혈압)은 60세까지는 증가하다가 그 이후에는 감소한다. 노인의 고혈압은 노화에 의한 생리적인 현상이 아니고 혈관의 탄력성 감소에 의한 이차적인 병적현상임을 반드시 인식하시고 치료해야 한다.

고령자의 고혈압 정의는 젊은 연령층과 같이 140/90mmHg 이상을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고 연령 군에서 잘 동반되는 수축기 고혈압의 정의는 확장기 혈압 <90mmHg 미만, 수축기혈압 ≥140mmHg 이상일 때를 말한다. 게다가 혈압 상승과 관련된 심혈관 및 뇌혈관 위험도는 젊은 연령에서 보다는 노인에서 매우 높다. 수축기 고혈압은 노인 고혈압의 50를 초과하며 이는 노화에 따른 동맥 강직과 동맥탄성의 손상 결과이다. 치료되지 않은 고혈압과 관련된 위험도는 젊은 환자보다 노인환자에서 더 높으며 두 군 사이에서 치료와 관련된 상대적 이익은 비교할 만하기 때문에 항고혈압제 치료는 사실상 노인 집단에서 비용 적으로 더욱 효과적이다.

그 예로 1건의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하여 98명의 젊은 고혈압 환자를 치료할 필요가 있는 반면, 노인 고혈압 환자는 단지 39명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와 비슷하게 1건의 관상동맥 심질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젊은 환자 187명을 치료해야 하는 반면 노인환자는 단지 77명의 환자 치료가 필요하다. 노인 고혈압 환자의 치료에서도 일반적인 생활요법(저염식, 절주, 금연, 운동, 체중 감량)은 당연히 시행하여야 하며, 강압제를 사용할 때는 적은 양으로 시작해서 서서히 하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기립성 저혈압이 흔히 발생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혈압치료는 혈압을 감소시켜 혈관벽의 손상을 감소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사용 약제는 이뇨제나 작용시간이 긴 칼슘차단제가 권장되나 다른 질환(심부전, 당뇨병, 협심증 등)이 동반될 때는 이들 질환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혈압 치료 목표는 수축기 혈압은 140mmHg 이하, 확장기 혈압은 90mmHg 이하로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무엇보다도 고혈압을 치료해야 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이미 우리 몸에 있는 혈관에 병(중풍, 심장발작, 콩팥 부전, 시력 소실 등)이 오고 난 뒤 후회하면 늦다.

Q. 손이 자주 저리다. 혈액순환이 안 좋아서 그런 것 같은데 약을 먹어야 하나?

A. 손이 저리면 '말초혈액 순환장애' 때문이다. 혹은 '중풍의 초기 증상이다'라고 지레짐작하고 미리 겁부터 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의학상식으로 혈액순환 장애에 의한 손 저림은 매우 드물고 중풍(뇌졸중)에 의해서 손만 저린 경우도 비교적 드물다. 손 저림 증상의 대부분은 손목굴증후군(수근관증후군)이라고 하는 국소적인 '말초신경병'이나 흔히 목디스크라고 이야기하는 '경부 추간판 탈출증' 때문에 발생한다.

먼저 말초 혈액순환장애에서 나타나는 손 저림의 특징을 살펴보면 손 저림보다는 손가락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더 많고 손가락 끝이 차게 되며, 찬물에 손을 넣으면 손가락 끝이 희게 변하고 팔목 부위의 맥박이 약해진다. 그리고 실제로는 매우 드문 질병이다.

두 번째로 중풍(뇌졸증)에서 보이는 손 저림은 항상 갑자기 나타나고 대개 같은 편의 다리가 동시에 저리고 언어장애나 반신 마비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로 경부 추간판 탈출증에 의한 경우는 뒷목의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고 저린 증상이 목이나 어깨에서부터 시작해서 손가락 쪽으로 내려오게 된다.

마지막으로 손목굴증후군에 의한 손 저림을 자세히 알아보면 원래 손목굴은 손목의 뼈와 손목 가로 인대로 둘러싸인 통로인데 손가락을 움직이는 근육의 힘줄과 함께 손바닥 쪽으로 들어가는 정중신경이 통과하게 되고, 손의 근육과 손바닥과 손가락의 감각을 담당하는 정중신경이 손목굴에서 압박되어 손목굴증후군이 발생하게 된다.

손목굴증후군은 중년 여자에서 흔한 병인데 과도한 손목 사용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고 이외에도 외상이나 관절염, 건염, 갑상선기능 저하증, 당뇨병에 의해서도 드물지만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특징적인 임상 증상 때문에 쉽게 알 수 있지만 손목을 과도히 구부리거나 젖히면 저린 증상이 심해지는 것으로 좀 더 확신할 수도 있다. 끝으로 손 저림의 원인은 앞에서 열거한 질환들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말초신경병 및 경부의 척추나 척수의 이상에 의한 질환, 중추신경계를 침범하는 질환들에 의해서 생길 수 있으므로 의사의 진찰을 통해 원인에 맞게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Dr.객원기자 한명옥, 부동수 원장(아산한빛의원)
2 Comments
정우석 2010.01.13 13:42  
소아청소년의 혈압의 정상범위는 성인과 다릅니다. 키에 대한 혈압의 백분위수로 정하게 되어 있으므로 소아청소년 혈압 도표를 이용하여야 합니다.
정우석 2010.01.13 13:40  
고혈압은 소아청소년기부터 측정하고 필요한 경우 조절해 주어야 합니다.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 만 10세부터 정기적으로 체크해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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