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 배 대사증후군 신호

정우석 0 8727

[건강]올챙이 배 대사증후군 신호

ㆍ팔·다리는 그대론데 뱃살만…두둑한 중년의 상징

ㆍ내장지방 증가 뇌졸중 등 성인병 유발

ㆍ피곤하고 집중력 떨어지며 화도 잘 내

ㆍ잡곡밥·채소 섭취…활동량 늘려라

직장인 이기상씨(39)는 최근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그동안 들어보지도 못한 대사증후군 진단을 받은 것. 원인은 과음·과식에 운동부족으로 인한 비만증과 흡연 및 심한 스트레스 등 잘못된 생활습관이었다. 대사증후군은 당장 건강을 해치는 것은 아니지만, 정상인보다 일찍, 더 심각하게 각종 성인병이 찾아올 수 있다는 위험 신호다. 이씨는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곧바로 생활습관 개선 및 치료에 들어갔다.

최근 대사증후군 진단을 받는 환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내분비, 영양 및 대사질환 현황’에 따르면 대사증후군 환자가 지난 3년간 18.5% 증가했다. 서울시 조사에서도 30세 이상 성인 3명 중 1명이 대사증후군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사증후군 환자의 87.8%가 스스로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사증후군, 심혈관 질환-당뇨병 위험 크게 높여

대사증후군이란 오랫동안 우리 몸 속 대사에 장애가 일어나 내당능장애(당뇨병 직전 단계), 고혈압, 비만,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등 여러 만성질환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건강을 해치는 폭풍이 몰아치기 직전 상태가 바로 대사증후군이다. 대사증후군에 걸리면 더 빨리 늙고, 항상 피곤하며 살도 쉽게 빠지지 않는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화도 잘 낸다. 또한 당뇨병이 없는 대사증후군의 경우 정상보다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1.5~3배 정도까지 높다. 당뇨병이 생길 위험은 3~5배나 증가한다.


대사증후군 진단 기준이 5가지 개별 질병의 진단 기준보다 더 엄격한 이유는 이러한 위험성에 따라 미래 질병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다. 일반적인 고혈압 기준은 140/90(㎜Hg)인 반면, 대사증후군 항목 중 혈압 기준은 130/85(㎜Hg)이다. 이름도 고혈압이라고 하지 않고 ‘높은 혈압’이라고 붙였다. 당뇨병 단독으로는 공복 혈당 기준이 126(㎎/dL)인 데 비해 대사증후군 진단 기준은 100(㎎/dL)이다. 이름은 ‘높은 혈당’이다.

중심비만 즉 복부비만도 대사증후군의 중요한 척도일 만큼 대사증후군 발병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2005년 강남세브란스병원 안철우 교수팀은 허리둘레 수치와 대사증후군의 관계를 조사한 후 남자 36(90㎝)인치, 여자 34인치(85㎝)일 때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크게 올라간다고 발표했다. 특히 팔·다리 등 몸의 다른 부위에는 특별히 살이 찌지 않으면서 뱃살만 찌는 ‘올챙이 배’를 가진 사람은 이미 대사증후군이 있을 확률이 더욱 높다. 뱃살이 모든 성인병의 근원이라는 사실이 새삼 입증된 셈이다.

차의과학대학 의생명과학과 이부용 교수는 “중년층에서 흔히 나타나는 ‘올챙이 배’ 유형은 뱃속에 내장지방이 집중 증가돼 나타나는 신체 변화”라며, “내장지방은 혈관 안쪽 벽에 끼는 지방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결국 동맥경화증이 되고 이는 뇌졸중이나 협심증, 심근경색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걷기 등 일상생활에서의 활동량을 늘리는 방법 시도해볼 만

하지만 뱃살을 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잦은 회식으로 기름진 음식을 폭식하고 과도한 업무로 운동시간이 없는 대다수의 직장인들에게 꾸준한 운동과 식습관 개선은 요원한 일이다.

최근 운동 없이 일상생활에서의 활동량만 늘려도 체중감량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명 ‘니트(NEAT: Non-Excise Activity Thermogenesis)’로서 따로 운동하지 않고 활동량을 늘려 체중을 줄이는 방법이다. 매일 꾸준한 운동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체중을 줄이는 방식이다. 목적지보다 한 정거장 미리 내려 걷기, 전철 안에서 첫 칸부터 끝 칸까지 걷기,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 오르내리기 등 생활 속에서 활동량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다. 체중이 70㎏인 사람이 1시간 동안 시속 6㎞의 속도로 걸으면 288㎈의 열량이 소모된다. 이런 생활을 반복하면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체중 감량에 성공할 수 있다.

꾸준히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복부비만 해결에 부족함을 느낀다면 효능이 입증된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뱃살을 빼는 가속도를 올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탄수화물에서 지방으로의 합성을 억제해 복부지방 감소에 도움을 주는 가르시니아 등과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개선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 함께 함유돼 대사증후군 관리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들이 출시되어 있다.

아울러 복부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선 식습관도 매우 중요하다. 흰 쌀밥보다는 잡곡밥을 먹고 간식으로는 높은 열량의 음식보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준규 의학전문기자·보건학 박사 jk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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