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 상태의 새벽 등산·골프 신체 균형 무너져 건강에 악영향

정우석 0 8028

과로 상태의 새벽 등산·골프 신체 균형 무너져 건강에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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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나 등산은 건강에 좋은 운동이지만 과로가 겹친 상태에서 휴식을 취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운동을 하면 오히려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올바른 주말 운동법

피곤할 때의 고강도 운동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 근육 신경 움직임 둔해져


일주일 내내 운동은 꿈도 못 꾸고 과로와 음주에 절은 직장인 중 주말 운동을 보약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금요일 밤까지 야근하거나 회식을 한 뒤 토요일 새벽에 산악회 버스에 지친 몸을 싣거나 골프장에 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으면서 "이렇게라도 운동해야 건강을 유지하지"라고 자위(自慰)를 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피로에 지친 상태에서 주말까지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하는 것은 운동이 아니라 종류만 다른 '노동'의 연속"이라고 지적한다.

무리하게 운동하면 뇌에서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

18년째 제약회사 영업을 맡고 있는 김모(54·경기 고양시) 씨는 거의 매일 접대 술자리에 나가느라 하루 4시간 이상 자는 적이 별로 없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접대 골프'를 위해 새벽에 집을 나선다. 김씨는 "일어나기 힘들지만 그렇게라도 억지로 운동하니 기분도 좋아지고 건강도 지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동주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신체가 혹사 당한 상태에서 쉬지 않고 그대로 운동하면 기분은 좋을지 몰라도 신체 건강은 계속 나빠져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이 된다"며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벼락치기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늘고 자율신경계의 기능이 떨어져 혈압 등 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협심증,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최 교수는 "주말과 휴일, 심장마비로 응급실에 실려오는 환자의 상당수가 제대로 쉬는 날 없이 무리하게 주말 운동을 하다 쓰러진 경우"라고 말했다.

주말 운동은 반드시 충분히 자고 나가야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 몸은 활발히 움직일 때 작동하는 교감신경과 안정을 취할 때 작용하는 부교감신경이 교대로 활성화돼야 최상의 건강 상태가 유지된다"며 "빡빡한 근무와 무리한 주말 운동으로 교감신경만 계속 자극되면 고무줄을 계속 잡아당기면 끊어지듯 신체 균형이 무너져 건강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태에서는 부상을 당할 위험도 높아진다. 박원하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교수는 "피곤한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뇌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이 과다분비되며, 이로 인해 근육 움직임을 관장하는 신경의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몸과 마음이 따로 놀게 돼 쉽게 다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건강을 위해 주말 내내 집에서 빈둥거리라는 것은 아니다. 주말에도 어느 정도 몸을 움직이며 교감 신경을 자극해줘야 다음 주 업무를 무리 없이 시작할 수 있다.

김세홍 성빈센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피로는 잠을 잘 때 가장 잘 풀리므로 주말 운동은 반드시 잠을 충분히 자고 나서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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