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돌보는 직업이라면 백일해 백신 꼭 맞으세요

정우석 0 11680

아이들 돌보는 직업이라면 백일해 백신 꼭 맞으세요

[중앙일보 이주연] 은행 창구에서 일하는 김혜정(가명·35)씨. 열은 없는데 기침이 2주 이상 계속돼 병원을 찾았다. 고객과 상담이 곤란할 정도였다. 감기라고 생각했는데 백일해로 진단받았다. 김씨의 영향으로 회사 동료와 가족 중 기침이 심한 2명도 백일해 양성 판정을 받았다.

2주이상 기침 계속되면 백일해 의심을

백일해·파상풍·디프테리아를 동시에 예방하는 혼합백신(Tdap)을 접종하고 있다. 어릴 때 맞았어도 만11세 이후엔 10년마다 추가접종을 해야 한다. [사노피 파스퇴르 제공]

백일해는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급성 전염병이다. 백일해균에 감염되면 발작성 기침이 100일간 지속된다고 해서 백일해(百日咳)란 이름이 붙었다. 보통 숨을 내쉴 때 기침하지만, 백일해는 숨을 들이마실 때 '웁' 소리를 내면서 한다.

 최근 백일해균 감염이 늘고 있다. 2009년에만 세계적으로 10만6207건에 달한다(세계보건기구). 미국 내 백일해 발병 건수는 2009년 1만6858건에서 2010년 2만1291건으로 26% 증가했다(미국 질병통제센터). 우리나라는 2009년 66건, 2010년 27건이 보고됐다.

 인하대병원 감염내과 정문현 교수는 “질병관리본부에 검사를 의뢰하지 않고 백일해를 검사할 수 있는 병원이 없기 때문에 실제 환자는 100배 더 많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성인은 괜찮지만 영유아에겐 치명적

청소년과 성인은 백일해에 걸려도 감기처럼 지나간다. 몇 주간 잦은 기침과 재채기, 콧물에 시달리는 정도다. 반면 영·유아는 피해가 크다. 기침할 때의 압력으로 뇌출혈과 폐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세균성 폐렴이나 뇌손상·경련·기흉·탈장 같은 합병증이 나타나고 심하면 사망한다.

 현재 영·유아는 생후 2·4·6·18개월과 만 4~6세 사이 총 5회에 걸쳐 백일해 백신(DTaP)을 필수접종으로 맞고 있다. 면역이 완전히 생기지 않은 시기에 백일해균에 노출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 세계 5세 이하 소아의 20%가 백일해로 사망한다(WHO). 백일해 백신의 접종 효과는 길어야 10년이다. 만 11세 이후엔 추가접종을 1회 맞아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청소년과 성인에게 백일해 백신이 적극 권장되지 않았다. 기본 면역력이 있어 사망에 이르지 않기 때문이다.

감염된 영유아의 80%, 가족에게서 옮아

최근 백일해 백신 접종 지침이 변하고 있다. 미국은 청소년과 성인에게 백일해를 포함한 백신(Tdap) 접종을 권장한다. 특히 7~12학년 학생들에겐 의무화했다. 대한소아과학회와 대한소아청소년과 개원의사회도 백일해 백신 접종을 권한다. 백일해에 감염된 청소년과 성인이 기침을 계속하며 주변을 감염시키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부모가 자녀에게 옮기는 경우도 많다. 미국 질병관리본부가 774건의 소아 백일해 환자를 분석한 결과, 80%인 616건이 가정 내에서 전염됐다. 어머니에게 옮은 사례가 32%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종현 교수는 “영·유아와 접촉하는 병원 의료진, 유아원 선생님, 산후조리원 직원도 백일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고 말했다. 백일해·디프테리아·파상풍을 동시에 예방하는 백신은 항원 농도에 따라 영·유아용(DTaP)과 청소년·성인용(Tdap) 두 가지가 있다.  

이주연 기자

[인터뷰] “병원 응급실은 질병 최전선 의료진도 예방주사 맞아야”

박인철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장


백일해균에 감염되는 영·유아가 급증하면서 이를 예방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대표적인 곳이 병원 응급센터다. 파상풍이 우려되는 환자에게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가 예방되는 혼합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백일해 감염에서 자유롭지 못한 의료진도 마찬가지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센터의 의사와 간호사 70여 명이 이달 백일해 백신을 접종 받는다. 이 병원 응급의학과 박인철(사진) 교수에게 백신 접종의 의미에 대해 들었다.

-응급실 의료진 전원이 백일해 백신을 맞는데.

 “응급실은 수많은 환자가 드나들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높다. 백일해에 걸린 응급환자를 진료하다가 의료진이 감염될 수 있다. 기침으로 백일해가 전파되면 성인은 괜찮지만 영·유아는 위험하다. 재난을 대비하듯 예방해야 한다.”

-출혈이 있는 외상환자에게 주사하는 예방 백신이 달라지고 있는데

 “과거 파상풍 면역을 위한 항체만 주사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항체를 키우는 예방 백신(Td)을 맞췄다. 최근에는 기존 파상풍·디프테리아 백신(Td)에 백일해를 포함한 백신(Tdap)을 권장한다.”

-파상풍 예방 환자에게 백일해 백신까지 필요한가.

 “성인의 백일해 백신 접종률이 낮다. 응급실에서 파상풍 백신을 맞을 때 함께 접종하는 게 효과적이다. 1회 접종하면 10년간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에게도 유익하다.”

▶이주연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j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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