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취! 얄미운 꽃가루 … 아침 외출 조심하세요

정보위원회 0 7200
[중앙일보 박태균.최승식.강정현] 꽃가루는 식물의 정자(精子)다. 화분(花粉, pollen)이라고도 불린다. 모양은 원형 또는 타원형이다. 식물엔 더없이 소중한 존재지만 사람에겐 상당히 '성가신 녀석'이다.

특히 봄엔 황사와 함께 호흡기·눈·피부 건강을 위협하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로 작용한다. 대개 크기가 작고 가벼운 꽃가루가 이런 심술을 부린다. 화분은 스태미나 강화 등 다양한 이유로 건강기능식품으로도 팔린다.

스태미나는 '꽃 수술'을 뜻하는 라틴어 'stamen'의 복수형. 상품화한 꽃가루는 꿀벌이 모은 것이거나 기계를 이용해 꽃에서 직접 얻은 것이다.

'수목류 위험, 목초류 미약, 잡초류 미약, 곰팡이 없음'. 대한소아알레르기 및 호흡기학회가 2005년부터 온라인(www.pollen.or.kr)을 통해 실시 중인 '꽃가루 예보'의 4월 30일자 예보 내용이다. '금주의 꽃가루'론 개암나무 꽃가루가 선정됐다. 개암나무 등 수목류의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중이니 조심하라는 뜻이다.

모든 사람이 꽃가루 예보에 주목할 필요는 없다.

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오재원 교수는 “평소 알레르기성 천식·비염·결막염이나 아토피성 피부염이 있는 사람은 꽃가루 예보 사이트를 자주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특정 꽃가루가 코·눈·피부 등에 닿으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봄이 되면 기침·가래·두드러기·결막염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이래서다.

하나 또는 그 이상의 꽃가루에 대해 알레르기를 나타내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오 교수는 “국민의 7∼9%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부모 중 한쪽이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으면 자녀가 대물림할 확률이 60%다. 양쪽이 모두 가지고 있으면 80%에 달한다.

예쁘고 향 있는 꽃은 알레르기 덜해

순전히 꽃가루 알레르기가 걱정돼 올해 벚꽃축제에 가지 못했다면 기우다. 벚꽃·유채꽃·튤립·매화·산수유·장미·백합 등 화려하고 아름다워서 자신의 이름을 딴 축제까지 열리는 꽃은 대부분 알레르기 프리(free)이기 때문이다.

강동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정희 교수는 “알레르기를 주로 일으키는 식물은 예쁘고 향기로운 충매화(蟲媒花, 벌·나비 등 곤충이 꽃가루를 옮긴다)보다는 바람에 의해 꽃가루가 운반되는 풍매화(風媒花)”라고 소개했다.

집·직장 등 생활공간 주변에 꽃·나무가 없어도 꽃가루 알레르기가 생기는 것은 이래서다.

풍매화의 꽃가루는 작고 가벼우면서 양이 많다. 자작나무·참나무·떡갈나무·오리나무·단풍나무·느릅나무·버드나무·삼나무 등의 꽃가루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이 바람에 날려 떠돌다가 꽃가루에 민감한 사람이 들이마시면 알레르기가 유발된다. 기관지는 어떤 꽃가루보다도 가늘다. 따라서 꽃가루는 작은 조각으로 부서지거나 입안 분비물에 녹아 호흡기에 전달된다.

겨울·장마철 빼고는 어느 때나 날려

꽃가루 알레르기를 봄철 질환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물론 오해다. 영하의 겨울과 장마철을 제외한 어느 때나 발생 가능하다.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정기석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꽃가루 알레르기가 3∼5월, 8∼9월 등 해마다 두 번의 피크(절정기)를 맞는다”며 “봄은 오리나무·노간주나무·측백나무·상수리나무 등 나무의 꽃가루, 가을은 쑥·돼지풀·환삼덩굴 등 잡초류 꽃가루의 전성기”라고 소개했다.

소나무나 도시 도로변에 솜털 같은 꽃씨를 날리는 이태리포플러의 꽃가루는 대표적인 봄철 꽃가루에 속하지만 실제로 문제가 되는 비율은 낮다. 알레르기 유발성이 약해서다. 6월께 하얗게 날리는 아카시아 꽃씨도 접촉성 피부염 정도는 유발 가능하지만 천식 등 알레르기성 질환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항원 주사 3년 맞으면 70~80% 호전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에 감기와 비슷하면서 물 같은 콧물·재채기·가려움증·눈병·천식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일단 꽃가루 알레르기를 의심할 수 있다. 특히 이른 아침에 증상이 심해진다면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꽃가루는 일출 후부터 오전 9시까지 가장 많이 날린다. 최선의 대처법은 다른 알레르기 질환과 마찬가지로 회피다.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유광하 교수는 “외출한 뒤 집 밖에서 옷을 잘 털고 실내로 들어오고, 청소를 할 때는 창틀에 묻어 있는 꽃가루를 제거하며, 헤파필터 등 고효능 필터나 전자침전기가 장착된 공기정화기를 가동시킬 것”을 주문했다.

증상이 심하면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 등 항알레르기 약을 복용한다. 원인 항원(꽃가루)을 정기적으로(한 달에 한 번, 약 5만원) 주사 맞는 면역 요법도 고려할 만하다. 3년가량 꾸준히 맞으면 70∼80%는 꽃가루 알레르기에서 해방된다. 주사를 맞은 지 1년쯤 지나면 증상이 눈에 띄게 개선된다.

건강식품으로 나오지만 효과는 '글쎄'

꽃가루는 건강기능식품으로도 팔린다. 60개 제품이 허가를 받았다. 2007년엔 39억원어치가 국내에서 생산되고, 49억원어치가 수입됐다(식품의약품안전청). 꿀벌 꽃가루가 많이 팔린다. 이는 일벌이 모은 꽃가루와 꿀의 혼합제품이다. 옥수수·소나무·호밀·큰 조아재비 목초 등에서 얻은 꽃가루도 나와 있다.

시판 중인 한 꿀벌 꽃가루 제품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 찻숟갈(7.2g)당 열량 30㎉, 지방 0.8g, 탄수화물 3.4g, 단백질 0.8g에 소량의 철분·칼슘·비타민이 들어 있었다. 광고하듯이 '균형 잡힌 영양식품'으로 보긴 힘들다.

또 사람은 위가 하나여서 꽃가루를 잘 소화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섭취량에 비해 실제 효과는 적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건강기능식품으로 사용되는 꽃가루가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복용한 뒤 전신 알레르기나 쇼크를 일으킨 사례도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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