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간염 '감기겠지' 방치하다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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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상태 빠지기도..청결유지와 예방접종 최선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하채림 기자 = 서울 소재 고교에서 A형간염이 집단 발병하는 등 전국적으로 이 질환이 유행하고 있지만 감기와 비슷한 증상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쳐 병이 확산.악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국내 위생환경이 개선된 이후 출생한 40대 이하는 항체가 없는 경우가 많아 이 질환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감기와 비슷한 증상, 초기진단 어려워 =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A형간염바이러스(HAV)가 일으키는 이 질환은 몸살감기와 유사한 증상 때문에 병원에 가더라도 초기 진단이 어려워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감염되며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증세가 심각해지기 일쑤다.

특히 환자 스스로도 '감기몸살이겠거니'하고 방치하다 갑자기 정신을 잃고 간성혼수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내과의원을 운영 중인 이동훈 내과전문의는 "의료진도 감기인 줄 알고 질환을 간과하기 쉽지만 혈액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이상 초기에 A형간염을 잡아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학병원에서는 개원가에서 감기몸살로 진단받고 약물치료를 하다 증상이 악화돼 뒤늦게 큰 병원으로 옮겨 입원 치료를 받는 A형간염 환자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항락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최근 20~30대에서 유행하는 A형간염은 초기 증상이 몸살감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진단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제때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은 만성화되지 않고 예후가 좋지만, 간혹 간부전으로 악화돼 간이식을 받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경우도 드물게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임형준 교수는 "증상은 상당 부분이 감기몸살과 비슷하지만 콧물과 기침이 없고 아주 심하게 피로감을 느끼게 되며 더 지나면 소변색이 짙어지는 만큼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환자 20~30대가 대부분 = A형간염은 평균 한 달 가량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 권태감, 식욕부진, 복통, 황달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수인성 전염병이다. 따라서 환자와 접촉한 손이 입에 닿거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식품, 물 등을 섭취하면 감염된다. 증상이 심해 입원하게 되면 안정과 휴식을 취하고 고단백 식이요법을 써서 치료한다.

질병관리본부와 한양대의대 공동 연구에 따르면 A형간염 환자 발생률은 2002년 인구 10만명당 15.2명에서 2003~2004년 14명 대로 잠시 주춤했다가 2005년 10만명당 18.8명, 2006년 10만명당 27.4명으로 급증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45.3%, 30대가 33.3%를 차지하는 등 A형 간염 환자 약 10명중 8명은 20~30대 젊은 층이다.

어릴 적 어려운 생활환경 탓으로 90% 이상이 A형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돼 이미 항체를 가진 40~50대와 달리 10~30대는 선진화로 바이러스에 노출될 기회가 줄면서 A형간염 항체 보유율이 10% 이내로 낮아져 간염에 대한 면역력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임형준 교수는 "A형간염 항체가 없는 성인이 감염됐을 때는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임상 양상은 더 심각해져 50대 이후 노년기에 감염되면 사망률이 1.8%로 급증한다"고 설명했다.

◇급식소 종사자 등은 예방접종 권장 = A형간염은 수인성 질환이기 때문에 손을 잘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깨끗한 물과 잘 익힌 음식물을 섭취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예방접종도 이미 나와 있지만 접종 원가가 4만원(2회 기준)이 넘을 정도로 비싸다. 개인이 병원에서 접종 받으려면 가격이 더 올라간다.

보건당국은 감염 위험이 높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파시킬 위험이 있는 사람에 한해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위생상태가 취약한 지역을 여행한다거나 국내 유행지역의 소아, 간경화 등 만성간성질환자 그리고 조리시설 종사자 등이 권장 대상이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A형간염이 많이 발생하는지 확인하려면 관내 보건소에 문의하면 된다. 지역별로는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이 인구에 비해 A형간염 발생률이 높은 편이다.

질병관리본부 전병율 전염병대응센터장은 "비용효과 측면에서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선정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며 "예방접종 사례분석 및 국내외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필수예방접종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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