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위독 ‘전격성 A형 간염’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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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안혜리.김은하.허진2]  #19일 오후 3시.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의식이 혼미한 환자 한 명이 이송됐다. A형 간염 증세로 14일부터 청구성심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 오던 30세 남자였다.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져 호흡곤란과 위장관 출혈 증세를 보이자 서울대병원으로 실려온 것이다. 이 환자는 응급조치를 받은 후 곧바로 중환자실로 옮겨져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며칠 새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는 '전격성 A형 간염'이었다. 급히 간 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사망하는 상황이었다.

서울대병원은 뇌사자를 긴급히 수배했다. 환자와 같은 O형 혈액형의 뇌사자를 찾았지만 실패했다. 다음으로 주변 형제를 찾았다. 환자의 형(32)이 필리핀에 체류 중이었다. 급히 귀국을 요청했고 20일 오전 도착했다. 형제는 이식 적합성 검사를 받고 간의 일부를 이식하는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주치의인 서울대병원 외과 서경석 교수는 “A형 간염에 걸리면 처음에는 황달 등의 증세를 보이다 그중 일부는 며칠 만에 의식불명에 빠지면서 전격성 A형 간염으로 번진다”며 “혈압이 더 떨어지거나 뇌압이 너무 오르면 아예 수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적합성 결과가 나오는 즉시 수술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A형 간염이 10년 만에 다시 유행하면서 전격성 A형 간염 환자로 악화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올 들어 5명이 사망했다. 전격성 A형 간염이란 간세포가 급속히 파괴되면서 신부전과 뇌부종이 생겨 간 이식을 받지 않으면 절반이 사망하는 질병이다. A형 간염에 걸리면 어린이는 감기처럼 쉽게 지나간다. 어른은 고열과 황달 증세가 나타나지만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 치료된다.

올 들어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에서 2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 중 5명은 수술 전 상태가 급격히 악화해 사망했고, 11명은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 두 명은 수술 대기 중이며 두 명은 이식을 안 받고 치료돼 퇴원했다. 2007년에는 4개 병원에서 전격성 A형 간염 환자가 한 명도 없었고 지난해 한 해 동안 13명이 발견됐다.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30세 남자 환자의 경우 평소 건강했으나 A형 간염 증세를 보여 14일 입원했다. 대부분은 특별한 문제 없이 퇴원하지만 이 환자처럼 일부는 전격성으로 진행한다. 서울대병원 서 교수는 “A형 간염 환자 중 약 0.1%가 전격성 A형 간염으로 번진다”며 “어떤 사람이 어떤 이유로 전격성 A형 간염으로 발전하는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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