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온 여름… ‘식중독 경계령’

정우석 0 7239
세계일보

 

기사입력 2009-05-31 18:31 기사원문보기
최근 한낮 온도 30도 넘어서며 환자 잇달아 발생

◇기온이 올라가면서 식중독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식중독 사고를 예방하려면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식품을 구입할 때는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식기와 주방기구는 자주 소독·건조해야 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식중독 주의하세요.”

식중독 경계령이 내려졌다. 최근 한낮 온도가 일부 지역은 30도를 웃도는 등 여름날씨를 보이면서 식중독 환자가 잇따라 발생해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기온이 25∼30도 정도가 될 때 음식물이 바깥에서 6∼11시간이 지나면 식중독균인 장염비브리오균, 살모넬라균, 황색포도상구균 등에 의한 식중독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요즘 같이 기온이 올라갈 때는 음식을 충분히 익혀 먹고 남은 음식을 냉장 보관해야 하고,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게 식중독 예방의 지름길이다.

# 배 아프고 열이 나면 의심해야

식중독 증상은 구토, 복통, 메스꺼움, 설사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개인적인 차이나 원인에 따라 열이 있고 없는 차이는 있다. 음식을 먹은 후 빠르면 1시간, 늦어도 72시간 안에 나타난다. 증상은 장염과 비슷하며 길게는 2주까지도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식중독의 주범은 크게 세균성과 화학성으로 나눌 수 있다. 세균성은 다시 감염형과 독소형으로 구분한다. 흔히 사람이 세균에 오염된 음식을 섭취한 경우를 감염형, 식품이 생산한 세균의 독소를 섭취했을 때를 독소형이라 한다.

화학성 식중독은 수은이나 비소 등 중금속류와 농약 등 화학물질에 의한 질환을 말한다. 복어의 독이나 독버섯을 먹어 일어나는 식중독이 여기에 해당된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세균으로는 살모넬라·장염 비브리오균·캠필로박터균·포도상구균·보툴리눔 등이 있으며, 노로바이러스와 로타바이러스 같은 바이러스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가운데 병원성대장균·살모넬라·황색포도상구균 등의 바이러스는 완만한 증가를 보이는 반면, 노로 바이러스는 2005년 이후 급격하게 늘어나 겨울철에도 식중독 사고가 증가하는 추세다.

# 회복 후에도 2주간은 조심해야

흔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증상을 한번에 호전시킬 약은 개발돼 있지 않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 대부분이 유전자 변이가 심하고 배양이 어렵거나 독소형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액 등을 통해 몸에서 빠져나간 수분을 공급하고 항생제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환자가 식중독 증상을 보이면 물을 많이 마시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변에 피가 섞여 있거나 열이 지속하는 등의 증세가 이어진다면 약을 먹어 상태를 진정시킨다.

한림대의료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식중독 증세를 보이면 충분히 수분을 공급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며, 급속한 탈수가 발생할 수 있는 노인이나 유아는 의사의 진찰을 빨리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됐다 해도 안심해서는 안 되는데, 이는 식중독의 급성 증상이 소멸됐다 해도 장 기능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식후에 복통이나 설사가 지속할 수 있으므로 최대 2주간은 식단을 조절하며 주의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최근에는 급성 설사기의 금식이 장 기능의 회복을 더디게 한다는 보고도 있다. 환자는 미음이나 죽 등 부드러운 유동식으로 식사를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으며, 증상이 호전되면 차츰 밥 등 일반식으로 확대해 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 식사 전에는 손을 씻고 개인 위생에 철저해야

식중독은 예방만 잘해도 미리 방지할 수 있는 질병이기 때문에 치료만큼이나 예방이 중요하다. 식중독 예방을 위해서는 식사 전에는 항상 깨끗이 손을 씻고 개인위생에 주의해야 한다. 음식물은 되도록 익혀 먹도록 하며, 조리한 음식물은 장기간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도록 한다. 외식을 하거나 각종 모임에 참석해 음식을 섭취할 경우에도 쉽게 상할 수 있는 음식이나 오래된 듯한 음식은 피해야 한다.

또한, 음식을 만들 때는 깨끗한 물로 세척해 조리하고, 오염이 의심될 때에는 물을 반드시 끓여 사용해야 한다. 채소와 과일 등은 항상 신선한 것을 구입해야 하며, 칼과 도마 등 음식재료에 직접 닿는 조리도구는 용도별로 나누어 사용한 뒤 자주 살균해 2차 오염을 막도록 해야 한다. 요리를 할 때에는 74도 이상에서 일정 시간 이상 가열하고 특히 굴이나 조개 등의 어패류는 완전히 익힌 후 먹도록 한다. 유통기한이 지난 햄이나 소시지 등은 과감하게 버리고 생선의 아가미나 대가리 등 매운탕 재료는 상온에 보관하지 않는다. 특히 냉장고에 오래 보관한 음식이 아깝다고 먹을 경우 식중독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게 마련인 만큼 기온이 높을 때는 유통기한 등을 확인해 오래된 음식은 미련없이 버려야 한다.

서울시 북부 노인병원 가정의학과 김윤덕 과장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들은 소화기관뿐만 아니라 관절염, 뇌막염 등 치명적인 질병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들의 경우에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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