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륨 쉿…이어폰족 귓가에 ‘소음성 난청’ 주의보

정우석 0 7364

볼륨 쉿…이어폰족 귓가에 ‘소음성 난청’ 주의보



[한겨레] [건강2.0]

85dB 8시간 노출되면 청력 위험

높은 음부터 못알아듣고 이명 생겨

“청각 망가지면 되살릴 방법 없어”


‘맴맴맴맴.’

뮤지션 고창환(30)씨의 귀에는 밤만 되면 매미 떼가 찾아와 울어댄다. 피곤할 땐 이 매미 소리가 더욱 커진다.

고등학교 때부터 밴드 생활을 해온 고씨에게 음악은 인생 그 자체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밴드 연습실에 가서 “심장이 터질 듯하게” 음악을 틀어놓고 5~6시간 연습을 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이어폰을 꽂고 음악에 빠져들었다. 볼륨을 낮추면 성에 차지 않았다. 당연히 옆 사람에게도 들릴 정도로 볼륨은 계속 커졌다. 그런 생활을 한 지 13년이 지난 지금, 그는 밤만 되면 찾아오는 ‘매미 소리’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변재석 마포소리청한의원 원장은 “청력 테스트 결과 높은 소리인 고주파 소리를 듣지 못하는 전형적인 ‘소음성 난청’ 증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변 원장은 고씨에게 “당장 일상생활엔 문제가 없겠지만, 계속 시끄러운 음악에 이런 식으로 노출됐다간 저주파 영역대의 낮은 소리까지 못 듣게 돼 난청까지 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씨는 이제 더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지 않는다.

엠피(MP)3 플레이어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으면서 젊은이들의 귀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문제는 볼륨이다. 전문가들은 85데시벨(dB) 이상의 소리에 8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영구적으로 청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85dB의 소리는 과연 어느 정도 크기일까?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대화하는 소리는 60dB 정도다. 차량이 붐비는 대로에서의 교통 소음은 75~85dB 정도다. 지하철 소음은 80dB, 공장 소음은 90dB, 록 음악은 110dB 정도다. 흔히 사용하는 엠피3 플레이어는 최대 볼륨이 100dB 정도다.

김규성 인하대 이비인후과 교수는 “지하철 소음이 심한 곳은 90dB까지 측정되는데 이런 곳에서 음악을 들으려면 이보다 큰 소리로 들어야 한다”며 “이렇게 큰 소리로 이어폰으로 오랫동안 들으면 소음성 난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어폰이 귀 건강에 좋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어폰은 소리를 고막에 직접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어폰보다는 간접적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오픈형 헤드폰이 낫고, 헤드폰보다는 스피커로 듣는 것이 귀에 부담이 덜 간다. 음악의 볼륨은 평소 최대 볼륨의 50% 이하로 듣는 것이 좋다.

소음성 난청이 무서운 것은 ‘소리 없는 귀의 암살자’이기 때문이다. 청각 세포 신경은 일단 죽으면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최재성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소음성 난청 환자들은 보통 평상시 상대방의 목소리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특히 여자 목소리처럼 높은 음부터 못 듣게 된다”며 “그러나 당장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해질 때까지 방치하게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작은 소리에 둔감해지거나 이명이 발생하면 병원을 방문해 상담하는 것이 안전하며, 적어도 1년에 1번 정도는 청력 검사를 하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병원에서 하는 청력 검사는 순음청력 검사와 어음청력 검사가 있다. 순음청력 검사는 여러 주파수의 다양한 크기의 소리를 들려줘 청력을 검사하는 것이고, 어음청력 검사는 일정 단어를 들려주고 판별하는 능력을 검사한다. 비용은 1만~2만원 정도다.

만약 소음성 난청이 진행되고 있다면 어떤 치료를 받게 될까? 양방에서는 약물 요법과 청력 재활 치료, 이명 재활 치료를 한다. 보통 소음성 난청에 동반되는 이명의 경우 재활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소음에 장시간 노출돼 일시적인 청력 손실 정도를 넘어서면 치료가 어렵다.

한방에서는 침치료와 약침치료 등을 한다. 한방에서는 난청이나 이명을 단순히 귀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변재석 마포소리청한의원 원장은 “보통 콩팥의 기운이 좋지 않은 사람이 난청에 걸리기 쉽다”며 “더는 청각 세포가 죽어가지 않게 하는 치료와 함께 전체적인 몸의 면역력을 높이는 치료를 병행하면 치료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도움말= 최재성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규성 인하대 이비인후과 교수, 변재석 마포소리청한의원 원장




소음성 난청 자가진단

‘사오정’ 소리 듣는다면 한번 확인해야


◎ 평상시 대화에서 상대방의 말소리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가?

◎ 평소 텔레비전 소리를 높이는 습관이 있는가?

◎ 다른 사람과 대화시 자꾸 되묻는가?

◎ 친구가 부르는 소리를 잘 듣지 못해 핀잔을 자주 듣는가?

◎ 버스나 지하철에서 이어폰으로 남에게 들릴 정도의 크기로 음악을 듣는가?

◎ 높은 여자 목소리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가?

◎ 당신의 직업이 군인, 건설노동자, 지하철 근무자, 음악인 등에 속하는가?



만약 위 항목에 상당수 해당한다면 이비인후과에 가서 청력 검사를 받고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일단 소음성 난청이 진행되고 있으면, 고주파 영역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하다 계속 소음에 노출되면 저주파 소리의 영역까지 잘 못 알아듣게 된다.

영남대 예방의학교실과 환경보건대학원에서 2006년 보고한, 개인용 음향기기를 사용한 13~18살, 68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남자에서, 사용 기간이 4년 이상 된 경우, 하루 4시간 이상 사용한 경우, 누적사용기간이 13(시간×년)인 경우 소음성 난청 발생률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양선아 기자




소음성 난청 예방수칙

◎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으려면 볼륨을 50% 이하로 하라.

◎ 30분 이상 음악을 들으면 5~10분간은 쉬어라.

◎ 청각에 피로를 느낀 경우 3일간은 아무것도 듣지 마라.

◎ 1년에 1번은 병원에서 청각 검사를 하라.

◎ 이어폰보다는 오픈형 헤드폰, 헤드폰보다는 스피커로 들어라.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한겨레> [한겨레신문 구독 | 한겨레21 구독]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