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노인들… 우울증 인식 부족으로 치료 못받는 경우 많아

정우석 0 7454

우울한 노인들… 우울증 인식 부족으로 치료 못받는 경우 많아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 3명 중 1명이 노인이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조사한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의 34.5%가 60세 이상 노인으로 밝혀졌다. 우울증이 있는 노인들은 초조감, 심한 건강염려증, 후회, 죄책감, 우울 망상이 심각한 경우 자살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가족들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노인 우울증도 인지 장애를 유발하는데, 노인성 치매와 비슷해 쉽게 혼동될 수 있다. 그래서 이를 '가짜 치매'로 부르기도 한다. 치매는 수년에 걸쳐 서서히 발병하는 것에 비해 우울증은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고통을 느끼는 정도가 큰 게 특징. 치매와 달리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회복률이 80% 이상 된다. 노인 우울증은 배우자와의 사별, 신체 질환, 경제적 손실, 자녀와의 갈등 등 유발 인자가 뚜렷한 경우가 많으므로, 주위에서 관심을 갖고 있으면 조기발견이 가능하다.

문제는 노인들은 본인의 치료 거부, 가족들의 무관심 등으로 제때 진단 및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 본인조차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 사람들도 '기운이 없는 것은 나이 탓이다. 많이 늙었다'로 이해해 방치되는 일이 많다.

서울시립북부노인병원 정신과 이동현 과장은 "노인들은 젊은 사람에 비해 표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별과 같은 큰 사건을 경험한 후 평소와 달리 기운이 없어 보이거나 여기저기 아픈곳이 많다고 호소할 때, 평소 좋아하던 일을 하기 싫어할 때, 잠을 잘 못 자고 식욕이 떨어진다고 할 때는 한번쯤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자살'에 대한 암시를 드러내는 반면 노인들은 자살에 대한 뚜렷한 표현이 없는 편이다. 따라서 평소보다 말수가 적어지거나 주변을 정리할 경우 '자살 경고등'으로 판단해 조기에 대처해야 한다.

노인 우울증은 정확한 진단과 지속적인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면 약을 잘 복용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아울러 운동 영화 종교·사회활동 등을 활발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혼자 등산이나 걷기를 하기보다는 여러 사람과 어울려 탁구 배드민턴 게이트볼 등을 하는 것이 좋다. 최근 노인전문병원이나 복지관 등에서 무료로 시행하고 있는 웃음 치료 교실에 참여하는 것도 한 방법. 이 과장은 "자주 웃으면 자신감과 생활에 활력을 줄 뿐 아니라 통증을 진정시키는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에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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