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기 쉽다고 藥 식탁 위에 두지 마세요

정우석 0 7791

찾기 쉽다고 藥 식탁 위에 두지 마세요

집집마다 꼭 챙겨두는 약이 있다. 해열제와 소화제, 상처에 바르는 연고 등 가정상비약들이 그것이다. 문제는 상비약의 경우 한 번 구입해 오랫동안 사용하다 보니 유통기한을 넘기거나 보관 방법을 어기기 쉽다는 점이다.

만약 이로 인해 약이 변질된다면 그때부터는 더 이상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견해다.

특히 덥고 습한 여름철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 냉장고 보관은 특별한 경우에만

약은 상온에서 보관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습기와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이 바람직하다.

습기가 많고 직사광선이 들어오는 곳에 보관하면 약이 변질될 수 있다. 가정에서는 부엌 찬장, 그중에서도 높은 곳이 제격이다.

찾기 쉽게 식탁 위에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약은 공기와 접촉하거나 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식탁에 두면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시는 도중에 수분이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냉장고는 기본적으로 지나치게 저온인데다 습기가 많아 피해야 한다. 냉장고에 넣어 둔 약은 변질되거나 침전물이 생기기 십상이다.

영양제는 영양소가 파괴되고 일반 시럽제 약 성분이 엉켜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소화제도 냉장고에 넣으면 안 된다. 차가운 상태로 인체에 들어가면 소화불량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냉장고 안팎의 온도 차가 큰 여름철에는 그 가능성이 훨씬 높다.

다만 예외가 있다. 과립(알갱이)약 중 시럽과 섞어 복용하는 제품들이다. 과립으로 있을 때에는 실온에서 보관해도 되지만 일단 시럽에 타면 냉장 보관이 요구된다. 실온에 보관하면 약 제조에 쓰였던 미생물이 죽어 효과가 사라지고 만다.

김정태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약제팀장은 "개별 포장마다 약의 유통기한을 적어 두고 사용설명서에 따라 약을 보관해야 제대로 된 약효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상비약은 2년, 처방약은 처방일수가 유통기한

식료품에 대한 유통기한은 제품 겉면에 표시돼 있어 확인이 쉽다.

하지만 약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약 포장 박스에 기재돼 있긴 하지만 상비약은 포장을 버리고 낱개로 보관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흐르면 잊어버리기 일쑤다.

유통기한을 넘긴 약은 약효가 떨어지기 때문에 '밀가루 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복용해도 효과를 보기는 힘들다는 말이다. 더구나 유효기간을 넘긴 약이 변질되면 기전 자체가 변해 병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의약품의 유효기간은 2~3년 정도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포장을 벗긴 알약이나 뚜껑을 딴 시럽은 일주일이 유효기간이라고 보면 된다. 연고는 개봉 후 6개월, 안약은 개봉 후 1개월 이내다.

그러나 처방약은 이런 기준도 적용하면 안 된다. 처방되는 개별 약은 많은 양이 들어 있는 박스에서 꺼낸 것들이다. 언제 개봉했는지 알 수 없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처방일수=유효기간'이라는 공식을 적용해 처방기간이 지나면 복용하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진윤희 대한약사회 홍보팀장은 "약국에서 약을 조제하지 않고 통째로 주는 것도 개봉되면 변질이 잘되는 약물의 성질 때문"이라면서 "처방 약은 기한 내에 복용해야 한다. 기한을 넘겼다면 미련을 버리고 다시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약은 종류별로 성질이 다른 경우가 많다. 본인이 구입하는 약에 대해 약사에게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을지 꼼꼼히 묻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MK헬스 = 진광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