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병-감기-신종플루 뭐가 다르지?

정우석 0 7626

냉방병-감기-신종플루 뭐가 다르지?

최근 일본으로 휴가를 다녀온 직장인 A씨(34ㆍ여)는 여행 중 걸린 감기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A씨는 기내의 차가운 에어컨 온도 때문에 냉방병에 걸렸거나 밤에 찬바람을 쐬며 관광을 해서 감기에 걸렸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주위에서 “혹시 신종플루에 감염된 것 아니냐”는 말에 병원에 달려가 진료를 받았다. A씨는 “검사결과 신종플루가 아니라 단순 감기였다. 신종플루였으면 사무실에 바이러스를 다 퍼트릴 뻔 했다”며 안도했다.

‘여름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말이 있지만 날씨가 무더워도 면역력이 약하면 감기에 걸려 고생할 수 있다. 에어컨 바람을 오래 쐬면 냉방병에 걸리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플루도 안심할 수 없다.

문제는 A씨처럼 감기와 냉방병, 신종플루를 혼동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세 질환의 주요 증세가 두통, 근육통, 피로감 등으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세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공통적인 방법은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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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방병

감기와 냉방병은 증세가 비슷하지만 원인은 다르다. 냉방병은 원인에 따라 적응장애에 의한 냉방병, 에어컨 속 균에 의한 레지오넬라증, 냉방병 알레르기로 나뉘고 치료법도 각각 다르다.

냉방병은 정식 병명은 아니고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건물에서 발생하는 빌딩증후군의 하나다. 냉방병은 더운 날씨와 차가운 실내 온도 사이에서 몸이 적응하지 못해서 발생한다. 실내외 온도차가 5~8도 이상 나는 환경에 오래 있으면 인체 생리적 변화로 피부 혈관이 급속히 수축된다. 이로 인해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등 자율신경계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주로 피로감, 졸음, 두통, 소화불량 등의 증세가 생기며 실내 수분이 응결돼 습도가 낮아지면서 인후염이 생기고 감기로 이어질 수 있다.

여름철 냉방병 예방을 위해서는 실내 기온이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하고 실내외의 기온차가 5도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수시로 환기 시켜야 한다. 소매가 긴 옷이나 스웨터를 준비해 실내에서 입고 심하게 추위를 느끼면 얇은 담요를 준비해 무릎 위를 덮어 보온하는 방법도 있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김병성 교수는 “일반적이고 가벼운 냉방병이라면 실내 온도를 조절하고 몸이 외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며 운동, 햇볕 쬐기, 사우나 등을 해주는 것이 도움 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준현 교수는 “음주, 흡연을 삼가고 과로를 피하는 것은 물론 아침을 거르지 말고 반드시 먹고,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과 따뜻한 물이나 차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에어컨 속 세균에 감염돼 냉방병이 생기기도 한다. 호텔, 백화점 등 대형 건물 냉방장치에 사용되는 냉각수의 청결 상태가 불량하면 그 안에 레지오넬라균이 서식하다가 뿜어져 나와 호흡기를 통해 전염된다.

유준현 교수는 “레지오넬라증은 2~12일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 기침, 근육통 등 독감과 같은 증상으로 시작하여 폐렴 증상을 나타내고 급속히 악화돼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며 “이 질환은 물을 갈고 염소 소독을 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차가운 바람이 피부에 닿아서 생기는 냉방병 알레르기가 있다. 코가 하는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가진 공기를 폐에 전달하는 일인데 에어컨을 많이 쐬고, 차가운 음료를 자주 마셔 몸이 차가워지면 코의 온도조절 기능이 약해진다. 코의 온도조절능력이 약해지면 찬바람 등 외부 이물질에 예민해져 알레르기 비염이 온다. 맑은 콧물이 흐르고 재채기가 나오고 눈과 귀가 가렵다.

감기

‘신종플루와 감기’ 못지않게 혼동되는 질환은 ‘냉방병과 감기’다. 그러나 감기와 냉방병은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와 예방법도 다르다.

먼저 감기와 냉방병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냉방병은 적응장애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감기는 리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 200종류 이상의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감기는 춥고 건조한 계절이나 환절기에 잘 걸리지만 여름철에도 면역력이 약한 상태에서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걸릴 수 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라는 특정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여러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감기와 차이가 있다. 감기와 증세가 비슷하지만 열이 더 많이 나고, 심한 근육통이 동반된다. 요즘 독감은 유행하지 않고 있으므로 감기와 독감으로 헷갈릴 일은 없겠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감기는 건강한 사람은 5~7일 정도 앓고 나면 저절로 낫지만 그 동안 콧물이나 기침 증세로 생활에 지장을 받기 때문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감기를 예방하는 방법은 신종플루 예방법과 마찬가지로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다”고 조언했다.

신종플루

강희철 교수는 “37.8도 이상의 열이 나고 콧물 또는 코막힘, 인후통, 기침 중 1개의 증세라도 있으면 신종플루 감염을 의심할 수 있다”며 “신종플루를 치료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파자가 돼 지역사회에 퍼트릴 수 있으므로 감염이 의심되면 반드시 병원이나 보건소를 찾아 치료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열이 나지 않는 경우에도 신종플루 감염을 의심해야 한다. 조류독감이나 계절성인플루엔자보다 독성이 낮아 크게 아프지 않고 일반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김병성 교수는 “신종플루는 계절독감보다 독성이 약해 미열에 콧물, 인후통 증세만 보이고 지나가는 환자도 있어 사실상 일반 감기와 거의 구분할 수 없다”며 “외국에 다녀오거나, 외국에 다녀온 사람과 접촉한 사람은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신종플루 예방 백신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전염을 차단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기침을 할 때는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침이 상대방에 튀지 않도록 한다. 손은 비누로 깨끗이 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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