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는 건강,우산 좀 씌워주세요!

정우석 0 6935

비에 젖는 건강,우산 좀 씌워주세요!

[동아일보]

■ 장마철 건강관리 예방이 중요

《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맑았다 흐렸다 장대비가 쏟아졌다 그치는 날씨가 반복되다 보면 우리 몸은 급변하는 주변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평소 병에 잘 걸리지 않는 건강 체질이라도 장마철에 다양한 신체 증상을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가령 몸이 묵직하고 피로감을 느낀다. 뇌의 활동력도 떨어져 업무 능률이 떨어진다. 장마철을 건강하게 지내려면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자잘한 것이지만 조금 더 신경을 쓰면 질병도 막고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다. 장마철에 꼭 챙겨야 할 것들을 정리했다.》

유통기한 지난 음식 과감히 버려야관절염 환자 미지근한 물 찜질 효과물웅덩이-잡초 주변 일본뇌염 주의

○ 음식 끓여도 식중독 걸린다

그 어느 때보다 장마철에 식중독 환자가 많다. 덥고 습한 날씨가 세균과 벌레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식중독의 가장 흔한 증상은 복통이다. 살살 배가 아프다가 설사를 한다. 때로는 토하기도 하고 심하면 고열이 동반된다. 이 모든 게 세균 탓이다. 부패한 음식에 서식하던 세균 자체가 문제일 수도 있고 세균이 장 안에서 증식해 식중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앞의 경우는 보통 음식을 먹은 후 몇 시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지만 뒤의 경우는 며칠이 지나서야 증상을 보인다.

결국 음식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식중독을 막는 관건이다. 우선 모든 음식은 4도 이하의 온도에 보관해야 한다. 먹다 남은 음식은 반드시 냉장고에 넣어둬야 한다는 얘기다. 일단 상한 음식은 끓여도 소용이 없다. 이미 세균이 만든 독소는 끓여도 파괴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통기한을 넘긴 음식은 겉으로 보기에 멀쩡해도 안에서는 세균이 활동을 시작한 상태다. 과감히 버려야 한다. 특히 우유와 치즈, 아이스크림, 마요네즈 같은 음식은 세균이 번식하기 쉽다.

식중독에 걸리면 한나절 또는 하루 동안 굶으면서 중간 중간에 보리차나 이온음료를 마시도록 한다. 몸 상태가 좋아지면 미음이나 죽을 먹고 증상이 거의 사라지면 밥을 먹는 게 좋다. 복통이 있으면 배 전체를 따뜻하게 하고 두통이 있으면 머리에 얼음주머니를 대고 손발은 따뜻하게 한다.

○ 우울증을 막아라

높은 습도는 사람을 짜증나게 한다. 몸에 흐르는 땀이 금방 마르지 않기 때문에 끈적끈적해지면서 불쾌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흐린 날이 계속되면 우울 증상을 보이는 사람도 늘어난다. 장마철에 우울증 환자의 증상이 심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울 증상을 예방하려면 주변 분위기를 항상 밝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습도부터 낮춰야 한다.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자주 틀고 외출하면서 보일러를 가동해 눅눅함을 없애주는 게 좋다. 비가 잠시 그치고 햇볕이 날 때 침구류를 말리는 동시에 산책으로 기분전환을 하도록 한다. 음식쓰레기 냄새가 짜증을 부채질할 수 있으므로 즉시 처리하는 게 좋다.

만약 가족 중에 기관지가 좋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습도가 60%를 절대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곰팡이가 기관지 질환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관절염 환자는 날씨가 궂거나 비가 자주 오면 통증을 호소한다. 특히 기온이 갑자기 떨어질 때 통증이 심하기 때문에 무릎 덮개로 관절 부위를 감싸주도록 한다. 매일 미지근한 물에 관절 부위를 담그는 것도 증상을 완화하는 좋은 방법이다.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은 장마철에 고생을 많이 한다. 자율신경이 불안해지면서 평소보다 통증이나 쓰림 현상이 잘 나타난다. 특히 아이들은 자주 바뀌는 주변 환경에 잘 적응하지도 못하고 아이스크림 같은 차가운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에 장마철에 위장장애를 많이 호소한다.

○ 집중호우 때는 전염병에 대비해라

집중호우에 따른 침수지역에는 전염병이 많이 발생한다. 감염되면 대부분 고열과 두통이 나타난다. 쌀뜨물 같은 설사를 하기도 한다. 장마철의 대표적인 유행성 전염병은 장티푸스다. 보균자의 대소변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먹었을 때 걸린다.

일본뇌염도 대비해야 한다. 일본뇌염은 주로 15세 미만의 어린아이들이 걸리는데 7∼9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모기는 고여 있는 물 주변에서 번식하기 때문에 웅덩이나 잡초 주변에 아이가 가지 못하도록 한다.

질병뿐 아니라 감전사고도 경계해야 한다. 50mA(밀리암페어·1mA는 1000분의 1A)의 전기에 1분 이상 감전되면 근육과 심장을 마비시킬 수 있다. 가정의 형광등에 흐르는 전류는 13mA 정도이기 때문에 위험은 적지만 그래도 주의해야 한다. 만약 감전사고가 생겼다면 환자를 떼내려 하지 말고 두꺼비집을 내려 전류부터 차단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119에 즉시 신고한다.

(도움말=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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