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간염 “나이들수록 위험해요”

정우석 0 7487

[건강]A형 간염 “나이들수록 위험해요”

ㆍ2001년 100여명 → 2009년 20000명 추산 무섭게 확산

2001년 100여명, 2002년 300여명에서 2008년 8000여명으로 26배 이상 증가. 올해 7월까지 9600명, 연말까지 2만여명으로 추산(질병관리본부 전염병 웹통계).

현재 전 세계에 걸쳐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신종 플루 환자수가 아니다. 우리나라 A형 간염 환자 통계다. 최근엔 고등학교와 직장 등에서 집단발병 사례들이 연이어 보고되면서 관계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A형 간염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에 포함시키는 등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A형 간염은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염증성 간질환으로 세계적으로 매년 150만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는 2000년부터 A형 간염이 지정전염병으로 등재됐다. A형 간염은 전염성이 높은 수인성 질병으로 분변-경구의 경로로 감염된다. 감염된 환자의 분변으로 배출된 바이러스에 접촉하거나 오염된 물과 음식물을 섭취함으로써 옮는다. 즉 오염된 식수를 이용해 조리한 비가열 음식물(샐러드, 과일 등)을 섭취할 때나 오염된 물에서 채취한 어패류를 날로 먹을 때 감염될 수 있다.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 옮을 수 있어 가정, 음식물 취급소, 탁아소, 병원, 학교 등 단체생활을 하는 곳에서도 감염될 수 있다.

A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평균 28일의 잠복기를 거쳐 감기 유사증상(발열·오한·두통·근육통·피로감)과 황달, 식욕 부진, 구토, 설사, 검은색 소변,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한두 달 지나면 증상이 호전되지만, 수개월 후 재발할 수 있고 만성 간질환이 있는 환자 등은 전격성 간염으로 발전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유·소아는 거의 자각 증상이 없어 감염 여부를 식별하기 어려우며, 연령이 높을수록 합병증 발생 빈도가 높아 성인, 노령층에서 심각성이 더 크다.

A형 간염은 예전에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질병이었으나, 식생활 개선으로 위생상태가 양호해져 어릴 때 자연면역에 노출될 기회가 줄면서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이 급격히 감소, 면역력이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층의 발병 가능성이 높아졌다. 위생상태가 좋아져 면역력이 떨어진 것이 원인이 된 셈이다. 실제로, 최근 연구에 의하면 30대 청장년층의 항체 보유율이 46.7%에 불과하며, 최근 3년간 20·30대가 전체 발생 신고 건수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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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간학회는 최근 국내 청소년 및 젊은 성인층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는 A형 간염 발병을 차단하기 위해 A형 간염백신 접종을 의무화해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에 포함시키는 등 근본적인 예방대책 및 정부의 정책적 지원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권소영 교수는 “A형 간염은 어릴 때 감염되면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으나 연령이 높을수록 증상이 심한 게 특징”이라며 “성인이나 고위험군이 감염되면 병원 입원으로 인한 학교 결석·직장 결근 등의 질병 부담이 크고, 심한 경우에는 간 이식을 해야 하거나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으므로 예방접종을 통해 면역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과 관련, 대한간학회(이사장 이영석)는 최근 ‘A형 간염 발병 실태보고 및 예방에 대한 긴급 제언’ 발표회를 갖고 A형 간염에 대한 근본적인 예방대책 및 정부의 정책적 지원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간학회 측은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의 감소로 발병 위험이 높은 청소년과 20·30대 청장년층은 A형 간염을 심각한 전염병으로 인식,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석 이사장은 “급성 염증성 간질환인 A형 간염은 우리나라 급성 바이러스성 간염의 약 77%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최근 역학 추이를 볼 때 지속적인 증가와 확산이 우려된다”면서 “A형 간염 예방을 위해 의료계는 예방 접종 및 위생 홍보에 적극 나서고, 정부는 유행 차단을 위해 국가예방접종사업을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이사장은 영·유아 정기 예방접종 종목에 A형 간염을 추가하고 발병 위험이 높은 성인층과 고위험군에 대해서도 예방접종을 확대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질병관리본부 권준욱 전염병관리과장은 “정부는 현행 전염병예방법에서 ‘지정전염병’으로 분류되어 있는 A형 간염을 발생 또는 유행 즉시 방역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제1군 법정전염병’에 포함시켜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A형 간염을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에 포함시킬 것인지를 검토하기 위해 A형 간염 역학 현황 및 특성 연구와 백신 접종에 대한 비용효과 분석 연구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권 과장은 덧붙였다.

고려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연종은 교수(간질환센터)는 백신 접종의 효과에 대해 “아직 별다른 치료제가 없는 실정에서 A형 간염 백신 접종이 최선의 질병 통제방법”이라며 “미국에서는 소아에게 A형 간염 백신 접종을 의무적으로 실시한 이후 백신 접종이 권고되는 연령대에서 질병 발생이 현저히 감소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1997년부터 A형 간염 예방 백신이 도입돼 접종되고 있다.

대한간학회는 대한의사협회 산하 ‘급성 A형 간염 대책위원회’와의 공조로 A형 간염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준규 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jk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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