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지치는 한여름밤 수면의 건강학

정우석 0 7139

무더위에 지치는 한여름밤 수면의 건강학

한 달 넘게 지속된 장마가 끝나고 뒤늦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밤에는 다른 해와 달리 최저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인 열대야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무더운 낮에는 잠을 자고 비교적 선선한 밤에는 새벽 2~3시까지 활동하는 '올빼미족'이 늘고 있다. 전문의들은 한번 뒤틀린 생체리듬은 곧바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한동안 피로감, 짜증, 무기력, 집중력 장애, 두통, 식욕부진, 소화장애 등의 여러 증상이 나타나 일의 능률이 떨어지고 작업장에서는 산업재해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한다.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윤도경 교수는 "인체의 수면 리듬에 꼭 필요한 멜라토닌이 새벽 2~3시 이후에는 줄어들기 때문에 그전에 자야 숙면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박두흠 교수는 "수면 부족상태가 계속되면 잠을 잘 자는 사람보다 적게는 두 배, 많게는 7배까지 교통사고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소개한다.

◆ 렘 수면 짧아지면 기억력 감퇴ㆍ고혈압 부작용 나타날수도

= 수면은 기온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사람은 원래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분비되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에 의해 잠들고 일어나도록 만들어져 있다. 멜라토닌은 뇌의 송과선(松果腺)에서 분비되며 주위가 어두워지면 분비되고 밝아지면 분비를 멈추는 성질이 있다.

그러나 멜라토닌은 한낮을 방불케하는 여름밤 네온사인과 주변 불빛 때문에 분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람들이 제때 수면을 취할 수 없다. 또 잠자는 동안 기온이 높으면 체내의 온도조절 중추가 발동하면서 중추신경계가 흥분하게 되며 결국 몸을 자꾸만 뒤척이게 되고, 꿈을 꿀 정도로 깊은 잠을 자는 단계인 렘(REM)수면이 줄게 된다. 렘은 안구(眼球)가 빠르게 움직이는 수면상태(Rapid Eye MovementㆍREM)로 전체 수면시간 중 20%를 차지한다. 렘 수면이 짧아지면 뇌가 혹사를 당해 기억력 감퇴, 고혈압 발병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수면이 부족하면 짜증, 신경과민, 과로를 유발시킬 뿐만 아니라 잠에 대한 걱정으로 다음날 밤에도 더욱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해 만성적인 수면장애에 빠지게 된다. 만성적인 수면장애는 우울증과 불안증 같은 정신질환을 가져올 수 있으며 신체적인 면역기능과 자율신경계에 이상을 일으켜 소화기계 질환, 심혈관계 질환, 내분비계 질환 등의 각종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잠 설쳤다고 늦잠 자면 불면 악순환

= 무더운 여름밤 잠을 잘 자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규칙적인 생활습관이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수면센터 신원철 교수는 "적당한 운동과 고른 영양 섭취, 절제된 생활만이 건강을 지키는 비법이며 이를 위해 항상 같은 시간에 기상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며 "잠을 설쳤다고 해서 늦잠을 잤다가는 불면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낮잠은 점심식사 후 20~30분간만 자면 밤시간 숙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30분 이상의 낮잠은 밤 시간 불면증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운동은 이른 저녁시간에 하는 것이 좋고 잠자기 두 시간 전에 지나치게 격한 운동을 삼가야 한다. 또 잠자기 1~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목욕이나 샤워를 하면 몸도 식혀 주고 피로를 풀어줘 잠을 청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수면을 방해하는 술, 음료 섭취도 금해야 한다.

술을 한 잔 마시고 잠을 청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술을 마시면 잠이 잘 들게는 하지만 그 효과는 잠깐 뿐이고 오히려 수면 중간에 자주 깨게 돼 좋지 않다. 카페인이 든 커피 홍차 초콜릿 콜라 담배는 각성효과가 있어서 수면을 방해하므로 피해야 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