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믿음 항산화제 암치료엔 효과없다

정우석 0 7379

깨진 믿음 항산화제 암치료엔 효과없다



[한겨레] [건강2.0]

국립암센터 연구팀 “항산화제 효과 찾지 못해”

방광암·폐암 등 보충제 과다복용 암 위험 높여


비타민 제제 등 항산화 보충제가 암을 예방하는 데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도 나왔다. 이런 연구 결과는 수년 전에 미국이나 덴마크의 연구팀들도 낸 바 있으며, 미국암협회는 암 환자가 치료 중에 비타민 등 항산화 보충제를 먹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명승권·김열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연구팀은 항산화 보충제가 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는지를 임상시험을 통해 분석한 논문 31개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비타민, 베타카로틴 등 항산화 보충제가 암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암 분야의 국제적인 학술집인 <종양학 연보> 온라인판에 지난 7월 말 실렸다.

이번 연구는 항산화 보충제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논문 31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총 22개의 임상시험에 참가한 16만여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이 가운데 8만8000명은 항산화 보충제를 먹은 집단이었고, 이들을 가짜약이나 아예 먹지 않은 7만2000명과 비교했다. 그 결과 비타민 에이(A), 비타민 이(E), 베타카로틴, 셀레늄 등 항산화 보충제를 먹은 사람들의 암 발생 위험도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견줘 0.99로, 가짜약을 먹었거나 아예 먹지 않은 사람들과 통계적으로 거의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또 항산화 보충제나 암의 종류 등에 따라 세분해 비교했을 때도 항산화 보충제의 암 예방 효과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직 암이 발생하지 않은 사람이나 암에 걸린 적이 있는 사람 모두에서 항산화 보충제의 암 예방 효과는 없었다.

더욱이 항산화 보충제를 먹었을 때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기도 했는데, 방광암의 경우 이를 먹었을 때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암 발생 위험이 1.52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왔다.

이처럼 항산화 보충제가 암 예방에 효과가 없다거나 오히려 암 발생 및 사망 위험을 더 높인다는 연구 결과는 이전에도 미국이나 덴마크 등에서 나온 바 있다. 먼저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연구팀이 비타민 에이, 비타민 이, 베타카로틴 등의 효과를 연구한 논문 47건(조사 대상 인원 18만938명)을 종합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들 비타민제를 먹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일찍 사망할 가능성이 5% 정도 더 높아졌다. 또 미국 국립암연구소가 남성 29만5344명을 대상으로 5년 동안 종합비타민 제제의 효과에 대해 추적 관찰한 결과 물에 녹지 않는 지용성 비타민류를 포함해 일주일에 7개 이상의 종합비타민제를 먹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전립선암 발병 위험률이 30%쯤 높아지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아울러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베타카로틴 제제를 먹으면 오히려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질병예방특별위원회는 암이나 심장 및 혈관질환 예방 목적으로 종합비타민 또는 다른 항산화 보충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의학적인 근거가 불충분한 것으로 분류한다. 또 미국암협회는 2005년에 암 환자가 암 치료를 받을 때 비타민이나 기타 항산화 보충제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치료 효과를 줄이는 등 해가 될 수 있으므로 먹지 않도록 권고했다. 베타카로틴의 경우에도 세계암연구재단과 미국 암연구기구는 2007년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베타카로틴을 먹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명승권 전문의는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합성 항산화 보충제가 우리 몸에서 나타내는 효과가 과일이나 채소에 든 천연 항산화 물질과는 다르기 때문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합성 비타민류와 같은 항산화 보충제를 과도하게 먹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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