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나는데 혹시 신종플루? A형 간염 등 다른 원인일 수도

정우석 0 7755

열나는데 혹시 신종플루? A형 간염 등 다른 원인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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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몸에 열이 나면 신종플루를 의심하게 되지만 A형 간염이나 쯔쯔가무시증, 렙토스피라증, 유행성출혈열 등 가을철 3대 발열성 질환도 고열이 동반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한다. 신상순기자ssshin@hk.co.kr

최근 37.5도를 넘는 고열로 병원을 찾은 김정환(37)씨는 쯔쯔가무시증 진단을 받았다. 신종플루를 걱정했던 김씨는 다른 병이라는 말에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밝은 표정의 김씨에게 의사는 "쯔쯔가무시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며 "일찍 온 게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최근 유행하는 신종플루로 많은 사람들이 '고열=신종플루'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A형 간염도 고열이 발생하고, 쯔쯔가무시증 유행성출혈열(신증후성출혈열) 렙토스피라증 등 가을철 질환도 열이 많이 난다.

■ 신종플루보다 더 많이 심각한 A형 간염

A형 간염은 올해만 1만2,000여명이 감염되고 15명이 목숨을 잃었다. 7,000여명이 감염돼 7명이 사망한 신종플루와 비교하면 감염자 수는 1.7배, 사망자 수는 2.1배에 이른다.

A형 간염은 감염자의 대변을 통해 배설된 바이러스가 주범이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을 다른 사람이 먹으면 병에 걸린다.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될 경우 90%가 감염돼 전염력도 상당히 강하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현웅 교수는 "직장 학교 등 단체 급식의 경우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 음식 재료, 주방 기구 등으로 조리한 음식을 먹고 집단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5월 중순 서울의 한 고교, 6월 초에는 한 정부 부처에서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A형 간염은 20, 30대 젊은 층에게 더 위험하다. 이 병은 전체 감염자의 0.05% 정도만 전격성 간염으로 악화하고, 6세 이하 영·유아의 경우 감염돼도 대부분 가벼운 감기나 위장염 증세를 보이다가 낫는다. 반대로 20, 30대는 1~2%나 전격성 간염으로 발전한다. 20, 30대가 다른 연령층보다 20배나 취약한 셈이다.

가톨릭대성가병원 내과 이영석 교수는 "전격성 간염은 50% 이상이 사망한다"며 "그러나 간 이식 외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 3대 가을철 발열성 질환도 사망률 높아

쯔쯔가무시증 유행성출혈열 렙토스피라증 등도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높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들 질환은 보통 가을에 창궐하지만 올 들어 환자 수가 벌써 250명(11일 현재)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나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환자 수가 6,532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는 환자가 8,000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쯔쯔가무시증으로는 7명이 각각 사망했다.

쯔쯔가무시증은 진드기 유충에게 물릴 때 쯔쯔가무시균에 감염되면서 생기는데 주로 야외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취약하다. 추석 성묘철을 전후해 전국적으로 발생한다. 항생제 치료로 1, 2일 안에 증상이 호전되지만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뇌수막염이나 난청 등이 생길 수 있다. 중증일 경우 최고 60%가 사망할 정도다.

렙토스피라증은 렙토스피라균에 감염돼 발병한다. 가축이나 야생동물, 특히 쥐의 소변으로 오염된 하천이나 호수를 통해 전파되며 9, 10월에 주로 발생한다. 감염되면 7~12일의 잠복기를 거쳐 열이 나면서 오한 근육통 등 몸살 증상을 보인다. 초기에 치료하지 않고 황달이 생기고 콩팥이 손상되면서 20% 정도가 목숨을 잃는다.

유행성출혈열도 쥐 배설물을 통해 전염된다. 2, 3주일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 요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혈압 저하와 위장관 출혈, 신부전, 폐부종 등으로 악화할 수 있으며 7% 정도가 사망한다.

이들 질환은 모두 고열이 난다. 신종플루는 기침과 콧물 등 전형적 감기 증상을 보이므로 A형 간염이나 가을철 발열성 질환과 비교적 구분이 쉽다. 그러나 A형 간염과 가을철 발열성 질환은 증상만으로 가리기 쉽지 않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사망할 수 있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현웅 교수는 "병원 내원 초기에는 A형 간염에 걸렸다고 해도 간 기능 수치가 그다지 높지 않을 수 있고, 역으로 가을철 발열성 질환인데도 간 기능 수치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며 "환자마다 임상 양상이 다르니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희대의료원 감염내과 이미숙 교수는 "추석을 전후해 성묘 등 야외 활동의 증가로 가을철 발열성 질환이 크게 늘 우려가 있다"며 "진드기 유충, 쥐 배설물 등 전염원과 접촉을 피하기 위해 긴 소매 옷, 마스크, 장화 등을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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