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3대 유행성 발열질환 체크하세요

정우석 0 7899

가을철 3대 유행성 발열질환 체크하세요



추석 성묘·야유회·벌초 후 고열에 오한·근육통… 매년 6000명 이상 감염

신종 플루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유행성 출혈열, 렙토스피라증, 쯔쯔가무시병 등 '가을철 3대 유행성 발열 질환'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지난 3년 동안 가을철 3대 유행병 환자가 매년 6000명 이상 발생했다"고 밝히고 추석 성묘, 벌초, 야유회, 등산, 추수 등 야외 활동이 잦은 11월까지 감염 주의보를 내렸다. 이들 질환의 초기 증상은 고열, 오한, 두통 등으로 신종 플루나 감기 몸살과 비슷할 뿐 아니라 9∼10월에 최고 감염률을 보여 오인하기 쉽다.

신종 플루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되고 주로 환자의 기침, 콧물 등 분비액에 의해 전파되는 반면 유행성 출혈열 등은 들쥐 등 동물 매개로 감염되는 게 다르다.

예컨대 유행성 출혈열의 경우 들쥐(특히 등줄쥐)의 배설물이나 타액 안에 포함돼 있는 '한탄 바이러스'가 사람의 호흡기를 통해 들어와 감염된다. 평균 2∼3주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 오한 두통 근육통 안구통 눈 충혈 등 몸살 증상을 일으킨다.

이 병이 신종 플루와 확실히 구분되는 증상은 바로 겨드랑이나 입 천장 등에 조그마한 출혈(점상 출혈)이 생긴다는 점이다. 심해지면 콩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소변 양이 크게 줄었다가 회복되는 것도 특징.

감염을 막으려면 들쥐 배설물과의 접촉을 피하고, 풀밭 위에 눕거나 잠을 자지 말아야 한다. 풀 위에서 침구나 옷을 말리는 것도 금물. 농촌 지역의 경우 논에 고인 물에 손발을 담그지 않도록 한다.

한 달 간격으로 두 번 예방 백신을 맞고, 2∼3년에 한 번씩 추가 접종을 받는 것도 한 방법.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우준희 교수는 "특히 감염이 빈번히 일어나는 농촌 지역 주민과 군인, 공사장 인부, 낚시꾼, 동물실험 종사자들은 미리 예방 접종을 맞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렙토스피라증은 렙토스피라라는 미생물이 들쥐나 족제비 등의 몸 속에서 오줌을 통해 배출돼 흙이나 물을 오염시키고, 이로 인해 사람까지 감염되는 경로를 밟는다.

잠복기는 2∼26일. 역시 처음엔 갑작스런 고열과 오한, 전신 근육통(특히 종아리와 허벅지), 눈의 충혈 등 감기 증상이 나타나다 2∼3일 후 황달, 가슴통증, 기침, 각혈, 호흡곤란 등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기침이나 호흡곤란 등은 신종 플루의 호흡기 증상과 유사하므로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 감별 진단을 받아야 한다.

추수기에 장시간 논밭에서 일하는 농부나 하수도 관련 업종 종사자들은 흙이나 물과의 직접 접촉을 피하기 위해 장화나 장갑 등을 착용해야 한다. 초기에 항생제를 사용하면 치료가 잘 된다. 예방 백신은 개발돼 있지만 접종 여부는 개인적 위험 요인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쯔쯔가무시병은 등줄쥐에 기생하는 털 진드기의 유충에 물렸을 때 '리켓치아 쯔쯔가무시균'이 침투해 발병한다. 10일 정도 잠복기를 거쳐 고열 오한 근육통 발진 등 증상이 나타난다.

을지대병원 감염내과 윤희정 교수는 "진드기에 물린 피부에 대부분 생기는 검은색 딱지(가피)가 신종 플루, 유행성 출혈열, 렙토스피라증 등 다른 발열 질환들과 구별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유행성 출혈열과 달리 예방 백신도 없기 때문에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산이나 밭 등으로 외출할 경우 긴 팔 윗도리와 바지를 입고 바지 하단은 양말 속으로 집어넣어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한편, 신종 플루의 경우 감염자 격리 치료가 필요하지만 유행성 출혈열 등 가을철 발열 질환들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 인수공통 전염병이긴 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엔 전파되지 않기 때문.

윤희정 교수는 "렙토스피라증은 2∼12%, 유행성 출혈열은 5% 미만, 쯔쯔가무시병은 균주에 따라 1∼50%의 치사율을 보여 신종 플루의 치사율(0.08% 정도)보다 훨씬 높은 만큼, 감염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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