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절대 모르는 아이 스트레스 보고서

정우석 0 7828

엄마는 절대 모르는 아이 스트레스 보고서

아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조그만 게 무슨 스트레스냐’고 한다면 초보 엄마 중 ‘상’에 해당됨이 분명하다. 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낯선 상황에 자주 맞닥뜨리고, 엄마가 무심코 뱉는 한마디도 쉽게  상처를 받는 아이들은 스트레스에 가장 취약한 집단 중 하나다.

일러스트는 고민이 너무 많아 차에 모두 태우고 길을 떠나는 아이의 여정을 그린 책.<고민아, 가지 마>에서 발췌했다. 하루 종일 카드 게임만 하는 고민, 시끄럽게 노래만 부르는 고민, 문을 박차고 뛰어나가는 고민…. 고민은 두려워할 존재가 아니라 함께 가야 할 친구이자 동생 같은 존재임을 알려준다. 문정회 글·이아리 그림, 1만원, 애플트리태일즈
스트레스(Stress)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외부 자극에 대해 체내에서 일어나는 반응으로 우리 몸을 보호하려고 하며 위험에 대처해 싸우는 힘과 에너지를 제공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적당한 스트레스는 삶에 활기와 긴장을 불어넣고, 한 단계 앞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발달 과업을 수행하고, 다음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스트레스가 동반된다. 마치 비행기가 전진하기 위해 맞바람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어린이집 가기, 동생 맞기, 배변 훈련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는 ‘건강한 좌절’의 경험은 아이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쳐 결국 해냄으로써 아이는 자존감을 높이고 스트레스에 대한 면역력을 키운다.

문제는 몸과 마음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충격이나 장기간 반복되는 스트레스다. 더욱이 충격적인 것은 아이가 받는 ‘나쁜 스트레스’의 원인은 대부분 부모가 제공한다는 사실이다. 엄마와 아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엄마가 아이가 언제, 어떻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를 눈치채지 못하는 데 있다. 일단 아이는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해결 방법을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표현력이 서툴기 때문에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퇴행을 보이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다양한 신호를 보내는데 엄마가 이를 무심히 보고 넘긴다면 아이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을 것이다. 

유아기에 이러한 ‘나쁜 스트레스’의 영향을 받으면 뇌, 그중에서도 특히 해마가 위축된다는 것은 이미 여러 편의 논문을 통해 발표된 바 있다. 해마는 기억력과 관련된 부분으로 스트레스가 증가하면 기억력이 감퇴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 언어와 사회성 발달이 늦어지면서 모든 발달이 지연되거나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아이가 반드시 이겨내야 할  ‘스트레스 프로젝트’

동생이 생겼다
why>>
부모의 사랑을 온통 독차지하다가 어느 날 느닷없이 집에 들어온 이상한(!) 녀석에게 엄마 아빠의 사랑과 관심을 빼앗기고, 내가 아끼던 장난감까지 나눠 가져야 한다면?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3세 이하의 아이들은 ‘동생’이라는 존재 자체를 이해할 수 없으므로 그 강도가 더하다. 혀 짧은 소리를 낸다든지, 끊었던 젖병을 다시 찾는다든지 하는 ‘퇴행 현상’은 아이의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증거.

how to>> 동생을 본 아이의 마음을 달래겠다며 “네가 어렸을 때가 훨씬 예뻤어”라고 말한다면 아이의 퇴행 현상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실수하기 쉬운 부분은 아이가 아직도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아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아이는 ‘형’이지 ‘어른’이 아니다. 겨우 서너 살 된 아이를 붙들고 너는 형이니까 참고 양보하고 의젓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도 가혹한 일. 그 전보다 더 아이를 따뜻하게, 오래 껴안으면서 마음을 어루만지자. “동생은 우유 먹는데 형은 밥도 잘 먹네” 하면서 아이의 자신감을 북돋아 주자. 목욕 후 로션을 발라주거나 기저귀를 가져와달라고 하는 등 동생을 돌보는 일을 분담하면 아이의 자긍심이 높아지고 동생과는 다른 방식으로 엄마에게 인정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어린이집에 처음 갔다
why>>
집에서만 생활하던 아이가 어린이집에 첫발을 디디는 것은 많은 의미가 있다. 완전히 다른 환경인 데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를 만나고, 수많은 규칙에도 적응해야 하니 스트레스는 당연하다. 가지 않겠다고 계속 떼를 쓰거나 어린이집에 가서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한쪽 구석에 멍하게 앉아 있는 것은 아이가 스트레스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 감기나 비염 같은 가벼운 질병을 앓는 이른바 ‘단체생활증후군’ 역시 이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how to>>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이와 서로 하루 일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어린이집 교사와도 충분히 상담한다. 한 달 이상 적응하지 못한다면 잠시 쉬었다가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변 훈련을 시작했다
why>>
기저귀 떼기는 아이에게 주어진 발달 과업 중 최고 난이도에 속하는 만큼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대소변을 가릴 만큼 신체가 성숙하지 않은 18개월 이전에 시도하는 경우 스트레스 지수가 최고로 치솟고 엄마가 지나치게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몇 번 성공 후에 한 번 실수했을 때 아이가 스스로에게 느끼는 좌절도 배변 훈련 스트레스의 한 가지 원인이다.

how to>>
아이가 기저귀를 떼려면 소변 간격이 2시간 정도 될 만큼 방광이 커지고, 아이 혼자서도 잘 걸어다녀야 한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의사 표현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조건을 갖추려면 최소 18개월, 평균 24개월은 돼야 한다. 아이의 배변 훈련이 잘 이뤄지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면 당장 중단하고 1~2개월 후에 다시 시도할 것. 아무리 늦되더라도 5~6세 이전에 기저귀를 못 떼는 아이는 없다. 따라서 조금도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갑자기 생활환경이 바뀌었다
why>>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가거나 낯선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른도 물론이지만 아이에게는 더욱 힘든 일이다. 그래서 잘 가리던 소변을 갑자기 실수하거나 말이 없어지는 등 일시적인 퇴행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 달, 길면 2~3개월 후에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임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how to>> 아이에게 앞으로 바뀔 환경이나 일어날 일에 대해 미리 얘기하고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충분히 준다. 이사를 했다면 집 정리보다 아이가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우선 노력할 것. 환경이 바뀌었으니 ‘무조건 적응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걷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뛰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아이가 서서히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준다.

엄마와 떨어져야 한다
why>>
처음 낯가림을 하는 6개월 이후 ‘분리불안’이 시작되면 엄마와 단 1초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아이에게 아침에 엄마가 출근할 때나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 순간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특히 만 1세 미만의 어린아이들은 ‘잠시’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졌다고 믿는다.

how to>> 어떤 엄마는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기 싫어 아이 몰래 빠져나간다. 하지만 이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중 하나. 울고 떼를 쓰더라도 엄마가 문을 열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반드시 돌아온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아이가 안쓰럽다고 다시 돌아가 아이를 안아주는 것은 금물. 이렇게 하면 엄마가 나갔다 돌아온다는 믿음은커녕 오히려 아이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또 아이와 헤어질 때는 반드시 작별 인사를 나눌 것. 아이는 같은 상황에서 동일한 동작을 반복함으로써 지금은 헤어지지만 다시 만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엄마와 헤어지고 나서도 편안함을 찾을 수 있다. 엄마의 옷이나 작은 액세서리를 주어서 떨어져 있는 동안 스스로 안정을 찾게 돕는 방법도 있다.


아이가 ‘의외로’ 스트레스 받는 것들

1 나를 빨아들일 것 같은 ‘욕조’
대부분의 아이가 욕조에서 물장난 치기를 좋아하는 반면, 이를 무서워하는 아이도 있다. 욕조 배수구에서 물이 빠져나갈 때 자신도 함께 빨려 나갈까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엄마가 충분히 ‘괜찮다’고 안심시켰는데도 여전히 거부한다면 일단 대야에 물을 떠놓고 놀게 하거나 욕조 밖에서 간단하게 샤워를 시키고, 욕조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놀게 하는 등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2 귀신이 나오는 ‘어둠’
불을 끄고 자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 아이가 많다. 뱀이나 괴물이 나타난다고 믿거나 어둠이 세상과 자신을 단절시킨다고 여기기 때문. 반면 부모들은 잘 때 불을 켜놓으면 숙면에 방해가 될까봐 억지로 불을 끄려고 한다. 하지만 아이가 어둠을 두려워하며 오래 뒤척인다면 오히려 건강에 더 해롭다. 아이가 지나치게 무서워한다면 단 몇 주만이라도 불을 켜고 잘 수 있게 배려하자.

3 싹둑 나를 잘라버릴 것 같은 ‘가위’
의외로 많은 아이가 미장원에 가서 머리 손질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는 머리카락뿐 아니라 자신의 신체도 같이 잘릴 것 같기 때문. 머리카락을 자르면 다시 자라는 인체 원리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뒷머리를 자를 때는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불안해한다. 이때는 집에서 아이와 인형놀이를 하면서 머리 자르는 놀이를 하고, 미용사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너무 심하게 저항한다면 머리 자르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엄마가 잘라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림을 통해 알아보는 스트레스 대처 능력
아이에게 비 오는 날 빗속에 서 있는 자신을 그려보게끔 한다. 아이가 그리는 비의 양은 스트레스의 양이고, 우산은 스트레스의 방어력을 의미한다. 내리는 비를 막을 수 있는 적절한 우산을 그렸다면 정상적인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있는 것이고, 비의 양에 비해 우산이 너무 크면 지나친 자기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많은 비에 비해 너무 작은 우산을 그렸다면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약한 상태.



출처:베스트베이비
도움말 오은영(오은영 소아청소년 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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