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B형 간염은 엄마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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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서 만성 간 질환과 간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B형 간염’의 상당수가 출생 시 모체로부터 수직감염 되는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한림대 의대 강동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김형수 교수팀은 한국인이 B형 간염에 유난히 취약한 것은 출생 시 어머니에게 감염되는 수직감염률이 30.9%에 달하기 때문이며, 수직감염의 경우 다른 경로로 감염됐을 때보다 훨씬 예후가 나쁘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오는 5월 7일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초청으로 웁살라대학병원 대강당에서 개최되는 ‘제2회 한림-웁살라 국제학술 심포지엄’에서 ‘한국인 B형 간염의 특성’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B형 간염은 대한민국 성인 두 명 중 한 명이 감염흔적을 가지고 있으며 30세 이상 인구의 4.2%가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을 파악될 정도로 흔하다. 한국 사람들은 흔히 술잔을 돌리거나 찌개를 함께 떠먹는 문화 때문에 B형 간염에 취약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 그러나 B형 간염은 대부분 혈액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주로 성 접촉이나 수혈을 받는 경우, 면도기나 칫솔을 함께 쓰는 경우 전염 위험성이 커진다.

이번 연구결과, 그중에서도 어머니가 출산 시 아기에게 감염시키는 수직감염이 가장 흔하고 위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출산과정에서 아기가 산모의 혈액이나 체액에 다량 노출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김형수 교수팀은 한림대의료원 산하 5개 병원을 방문한 B형 간염환자 110명의 감염경로를 조사한 결과, 출산 시 어머니로부터의 수직감염이 30.9%, 수혈 0.9%, 경로가 불확실한 경우가 64.5%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감염경로가 불확실한 경우에 수직감염이 다수 포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수직감염은 비수직감염에 비해 B형 간염 예후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팀이 만성 B형 환자들을 대상으로 증상이 개선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e항원 혈청 전환’ 비율을 조사한 결과, 비수직감염이 수직감염에 비해 조기 e항원 혈청 전환률이 3.7배 높았다. 즉, 수직감염이 예후를 나쁘게 만드는 요소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연구진은 수직감염이 위험한 것은 90% 이상이 만성 간염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형수 교수는 “성인의 경우 대부분 급성 B형 감염을 앓고 자연치유 되지만, 태어가 감염될 경우 20대까지는 바이러스의 활동이 거의 없다가 20대 이후 갑자기 면역체계가 활성화되면서 간세포가 급격히 파괴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간 손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간경변증과 간암의 위험도 높아진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만성 B형 간염 환자의 30%가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우리나라는 지난 20년 간 이보다 높은 50%가 간경변증으로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만성 B형 간염 환자들은 간암 발생 위험이 100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B형 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항원ㆍ항체가 없는 사람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방백신은 1차 접종 후 1개월 후에 2차 접종을, 그 후로 5개월 후에 3차 접종을 실시한다. 김형수 교수는 “우리나라 B형 간염의 주요 전파경로인 수직감염의 경우도 출생 직후 신상아에게 면역 글로불린 및 백신 접종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대부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칫솔이나 면도기는 따로 사용하고 음식물은 반드시 끓여먹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한다. 간에 부담을 주는 술이나 약물, 과로, 수면부족, 흡연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간염 보균자는 6개월에 한 번씩 간 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간경변이나 간암 진행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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